서울 유아숲 체험장 안전 미흡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유아숲 체험장 내 시설물 곳곳에 부러진 나무와 철골 구조물, 볼트 등이 방치돼 있다. 영·유아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안전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서울시가 만든 유아숲 체험장이 영·유아와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의 특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아 시설 제작 때 쓰인 철제 부품이나 구조물이 그대로 노출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급경사 지역에 조성된 곳도 있지만 울타리가 부실한 곳도 있어 장마철 사고 위험까지 우려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성된 유아숲 체험장은 총 28곳. 2012년 응봉·우장·관악산공원에 시범적으로 조성된 뒤 지난해까지 서울숲·우면산·대모산공원 등에 25곳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1950년대부터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유아를 대상으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주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야외활동을 위해 단체로 오거나 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산 중턱에 만들어진 서대문구 인왕산공원 유아숲 체험장은 울타리 바깥에 급경사가 이어진다. 게다가 울타리마저 끊어져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강북 오동공원 등 일부 공원은 비상 대피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한 유아숲 체험장 관리자는 “갑작스럽게 비가 오거나 우박이 떨어질 경우에 대피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유아숲 체험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연 1회 안전점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과 시간의 제약으로 전수조사 대신 10곳 정도를 선별해 확인하는 수준이다.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는 사고 때 이용할 비상연락망을 갖추지 않은 일자산·서울숲·영축산공원이 시정 조치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물 노후 정도나 못, 볼트 등 안전사고 유발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