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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기업인보다 사회공헌가로 남고 싶어”

입력 | 2016-04-13 03:00:00

기부 앞장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모교 서울대에 10년간 37억 쾌척
적십자 부총재 등 맡아 국내외 원조




“한국과 서울대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건 많은 국가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걸 돌려줘야 할 때입니다”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69·사진)은 자신의 집무실에 걸린 세계지도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세계를 누비며 사업에 눈을 떴고 중견 기업인으로 성공했다. 인수합병(M&A) 등을 거쳐 삼익악기를 포함해 아스팔트 재료 회사인 스페코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요즘 사업가라기보다는 사회공헌가로 불릴 정도로 기부에 열중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모교에 장학금으로 9억 원을 기부했다.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모교에 37억4200만 원을 쾌척했다. 지금도 서울대 총동창회 부회장을 맡아 동문들의 기부 문화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고 비정부기구(NGO)인 코피온 이사장을 맡아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삼익문화재단을 만들어 음악학교 20곳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공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8남매 중 다섯째인데 동생이 뇌막염을 앓아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사회복지기관에 나가 실습하면서 기부 문화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 김 회장은 “1960, 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복지기관의 대부분은 해외 원조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했다”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헌 사업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익악기는 해외 공장이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 그는 모교에 기부를 하면서 글로벌 공헌을 위한 학문적 뒷받침과 후배들의 해외 봉사활동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김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와 NGO인 코피온의 총재·이사장 등을 맡으며 국내 원조 단체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은 서울대 후배들에게 가슴이 따뜻한 인재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봉사와 기부도 젊었을 때의 습관이 이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똑똑한 머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