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탄핵정국 급물살… 주말 표결 부통령측 “연습한것 실수로 유출”… 집권당 “쿠데타 음모 노출” 비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비리 의혹으로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부통령이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비해 준비한 연설 내용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이번 주말 하원 표결로 시작되지만 야권에서는 이미 ‘호세프 이후’가 빠르게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의 연정 파트너였던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부통령이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가정하고 직접 녹음한 14분 분량의 음성파일이 11일 부통령이 속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당원들에게 (모바일 메신저) ‘와츠업’을 통해 전달됐다. 해당 메시지는 브라질 신문 ‘폴랴 지 상파울루’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빠르게 확산됐다.
사건이 확산되자 테메르 부통령 측은 수습에 나섰다. 부통령 측은 이날 “단지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설을 연습한 것일 뿐이며 실수로 유출됐다”며 “메시지를 받은 사람에게는 내용을 무시하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성파일 유출이 실수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파일은 브라질 하원 탄핵특별위원회가 대통령 탄핵의견서를 채택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조직적으로 유출됐다. 테메르 부통령의 PMDB는 지난달 말 호세프 대통령이 속한 집권 노동자당(PT)과의 연정을 전격 탈퇴하며 대통령 탄핵론에 불을 지핀 주체다. PT는 연설문 노출에 대해 “(부통령의) 뻔뻔한 쿠데타 음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통령의 음성파일 유출로 정국이 뒤숭숭한 사이 하원 탄핵특별위원회에 참여한 하원 의원 65명은 찬성 38, 반대 27로 대통령 탄핵의견서를 채택했다. 하원은 15∼17일 전체회의를 열고 탄핵안을 표결한다. 전체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가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이후 상원(81석)의 과반(41석)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 재판이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호세프 대통령의 자격이 정지되고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탄핵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부통령이 정부를 이끌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브라질 국민은 부패한 정치권 전반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의 인기는 이미 나락에 떨어졌지만 그를 대체할 마땅한 정치인이 없다는 회의감이 대중에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