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상현 한국캘러웨이골프 대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열리는 올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기다려진다는 이상현 대표.
안영식 전문기자
한국캘러웨이골프 이상현 대표(50)가 받은 ‘Two Eagles 트로피’ 문구다. 그의 골프 인생까지 압축해 보여 주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중학생 때 골프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적이 있다. 굳이 골프 실력을 말하자면 남자 프로골퍼와 맞짱을 뜰 정도다.
그의 경영 철학은 무엇일까.
“제품을 대리점으로 출하하는 것은 ‘재고의 이동’일 뿐이다. 대리점에서 소비자에게 넘어가야 진짜 매출이다. 현장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대리점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소비자에게는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등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세워 실행해 왔다. 그리고 ‘이번 결과가 과연 베스트일까’라고 항상 되짚어 보며 경영을 해 왔다.”
그는 세계적인 골프용품 토털 브랜드인 캘러웨이의 한국 책임자를 맡아 업계 ‘넘버1’으로 키워 냈다. 1990년대 중후반 GBB→BBB→호크아이로 이어지는 대박은 국내 골프용품 업계의 전설이다.
“골프숍 오너들이 현금을 싸들고 와서 제품을 사 갔다. 당시 우리 사무실 아래층에 대우자동차 대리점이 있었는데, 우드와 아이언 세트를 빼곡히 담은 작은 박스 하나가 다마스 한 대 값이었다. 대우차 영업사원들은 하루 한 대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우리는 앉아서 하루에 다마스 수백 대의 매출을 올린 적도 있다.”
그가 슬럼프에서 벗어나 롱런하고 있는 것은 어렸을 때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어 본 적이 있기 때문 아닐까. 고교 진학 직전 갑자기 집안이 기울어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생계를 위해 유통업체인 워싱턴골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영업사원으로, 매니저로 변신했다. 그리고 캘러웨이의 한국 최고경영자(CEO)로 금의환향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는 나눔에 관심이 많다. 캘러웨이 하트 유 캠페인, 서원밸리GC 자선콘서트, 한국 컴패션(국제어린이양육기구) 등을 통해 꾸준히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 왔다.
훤칠한 키(187cm)에 잘 정돈된 콧수염과 턱수염이 인상적인 그의 스윙은 프로골퍼 어니 엘스(남아공)를 연상케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간결한 스윙으로 요즘도 280∼290야드의 드라이버샷과 자로 잰 듯한 아이언샷을 구사한다. 그 비결을 물었다.
“제가 쓰는 골프클럽의 성능이 뛰어난 데다 27년간 한 브랜드만 사용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하하하.” 뼛속까지 ‘캘러웨이맨’이다.
이상현 대표의 꿈은 우리나라 남자프로골프 시장을 여자프로 시장만큼 키우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해에는 도미노피자 등 3개 후원사와 함께 1억 원씩을 출연해 4억 원짜리 ‘캘러웨이 영건스’ 대회를 열고 TV중계까지 했다. 한일 주니어골프 대항전 등도 구상하고 있다.
“스타는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수 본인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협회, 언론, 스폰서 등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골프 치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스타가 아니라 골프에서도 김연아 같은 국민적 스타가 나와야 한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공자의 말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이 대표다. 1000번이 넘게 라운드를 했는데도 골프 전날은 소풍 전날처럼 설렌단다. “내일 사용할 클럽을 닦고 준비물을 챙길 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좋은 자동차는 탈 때도 좋지만 직접 세차할 때도 즐겁지 않던가요?”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