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출현으로… 극단 대립정치 완화할 수도 레임덕의 朴대통령… 잠룡들의 경쟁에 개입할까 김무성은 최형우?… 위기 맞은 문재인
황호택 논설주간
드디어 열전이 끝나고 오늘 저녁에는 민의의 심판이 나온다. 근소한 차로 접전이 벌어지는 곳이 많고, 집 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 방식의 한계 때문에 10%포인트 이상 차가 나지 않으면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큰 흐름을 분석하면서 총선 후의 정치 변화를 예측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20년 만에 제3당 시대가 개막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한국 정당사에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50석을 획득하면서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제3당으로 대두했다. 자민련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당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소선거구제에서 제3당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은 지역당 구도밖에 없음이 확인됐다. 국민의당이 이번에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호남자민련(호민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당의 얼굴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민련과 달리 전국 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제3당의 출현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사이에 두고 여야가 맞서는 극단의 정치가 완화하면서 20대 국회에서는 유연한 국회, 생산적 국회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는 데 실패하면 국회선진화법이 유지되겠지만 제3당이 민심의 향배를 좇아 여야를 넘나든다면 국회의 경색이 풀리고 정치 발전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을 사실상 주도했지만 이제 임기가 1년 10개월 남았다. 이번 선거에서 청와대의 힘으로 공천을 받은 진박 후보들이 TK 지역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진풍경은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시그널이다. 18대 총선에서 대거 탈락한 후보들이 친박연대를 결성해 돌풍을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박 대통령을 만들어준 TK도 이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보다는 유승민이나 김부겸 같은 새로운 대권 후보를 키우는 데 더 마음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과 함께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유망한 대권 후보를 찾아 줄서기에 바쁠 것이다. 김무성을 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계속 청와대에 밀리며 어중간한 정치적 거래로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에 나온다고 해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옛날 김영삼 정부 시절의 최형우 이미지를 준다고 말하는 정치평론가도 있다. 하지만 옥새 파동을 감수하며 그 나름대로 자기 자리를 지켜 비박과 무소속의 점수를 땄다는 평가도 있다. 김무성은 친박에게 미운털이 박혀 새누리당을 탈당했으나 총선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을 당에 복귀시키고 대표직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여권의 대선 후보는 반기문 김무성 오세훈 유승민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유승민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안철수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 보태주는 ‘이적행위’를 하지 말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지켜 ‘철수정치’의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의 말대로 그는 아직 젊고 정치적으로 더 성숙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김종인은 이번 선거에서 나름대로 역량을 보여줬지만 나이도 그렇고 야당에 뿌리가 없어 대선 후보 근처에는 가기 어렵다. 문재인은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자라는 관점도 있다. 제1야당을 명실 공히 틀어쥐었지만 선거 때 호남 방문 논란이 일 정도로 야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를 당 안에 붙잡아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어야 한다는 사후해석론이 힘을 얻는 형편이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