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논설위원
두 노장은 이 공약들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을 승리로 이끈 78수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나중에 속뜻을 깨닫게 되는 ‘신의 한 수’ 말이다.
‘적들의 공격을 유도하라’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 구조조정에 돈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구조조정이라는 전제부터 말이 안 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채권단이 대마(大馬)를 날릴 수 있겠나? 부실기업의 동아줄이던 산업은행이 악역을 맡을 리도 없다. 무엇보다 제로(0)금리 전에 양적완화를 한 전례가 없다. 기준금리 1.5%를 둔 채로 양적완화를 해봐야 효과가 나지 않는다.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A 씨는 “나도 같은 의견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어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강봉균 버전의 양적완화는 좀비기업을 되살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야당이 이 공약을 비판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막장공천과 알맹이 없는 서민공약은 잠시 잊혀졌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강봉균 버전을 고친 일명 ‘온건한 양적완화방안’을 제안하며 애프터서비스를 할 것이다. 산은 금융안정기금 계정에 돈을 넣어두고 구조조정 실탄으로만 쓰는 방식이다.
광주에 삼성을 유치하는 더민주당의 공약에 대해 삼성은 “그런 논의를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더민주당에서 삼성 측에 “해명을 너무 강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니, 제1야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역민이 도와줘야 삼성을 광주로 가져올 수 있다’는 더민주당의 논리에 솔깃해하는 유권자도 있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에 대한 비판이 희석되는 효과도 있었다. 김 대표는 투자 확대라는 여당의 논리를 끌어들여 외연을 넓혔다. 더민주당으로선 전장사업 대신 다른 사업을 유치하는 등 나중에 공약을 조정할 여지도 있다.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은 조원동 경제정책본부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2013년 8월 세법 파동 때 “거위 깃털을 살짝 뽑는 방식”이라고 해 공분을 샀고, 지난해 10월 음주운전 사고 후 거짓말을 해 강한 법적 처벌을 자초했다. 더민주당의 경제통인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대변인은 한화투자증권 사장 재직 당시 직원과의 소통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지난달에는 새누리당 강 위원장에 대해 “이상한 분은 아닌데 노년에 조금 안타깝다”는 막말을 했다.
조원동·주진형의 가벼움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