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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당일 첫 차 타보니…“먹고살기 바빠, 선거는 딴나라 이야기”

입력 | 2016-04-13 15:20:00


총선 당일 가락시장 풍경

4·13 총선 당일인 13일 오전 4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버스정류장에는 동이 트기 전부터 서울로 향하는 첫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임시 공휴일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생업을 위해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선거를 독려하는 주변 현수막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버스 도착시간 알림판과 휴대전화 시계를 번갈아보며 초조해 했다.

이날 새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만난 첫 차 타는 시민들에게 투표는 딴 나라 이야기에 가까웠다.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56) 씨는 “투표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정치에 관심 가질 시간이 있겠냐”고 말했다. 5년 째 건물 청소일을 하고 있는 김모(52·여) 씨도 “직원들이 쉬는 날이라 출근시간이 좀 늦춰지긴 했지만 오후까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오늘은 그냥 평범한 수요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당장 우리 가족의 생계가 더 중요하다”면서 대답도 끝마치지 못한 채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밤샘 근무를 마친 시민도 투표장 대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이날 새벽까지 대리운전 일을 하다가 첫 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른 정모(46) 씨는 “휴일 전날은 대리기사를 찾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다”며 “투표에 참여하고 싶지만 밤일 하는 사람들은 낮에 조금이라도 쉬어야 다음날 또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당일 가락시장 풍경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 단위 국회의원 선거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도입됐다. 선거일 바로 직전 금·토요일(4월 8, 9일)에 미리 투표할 수 있지만 간병인, 경비원, 청소부, 버스기사 등 일부 직업군은 투표장을 찾을 짬이 없었다고 했다. 이날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난 한 50대 버스기사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한다”면서 “어떻게든 투표를 하려고 했지만 사전투표 기간에도 근무 때문에 결국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4시간 환자 곁을 지켜야하는 간병인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인근 종합병원에서 만난 간병인 김모(65·여) 씨는 “일의 특성상 환자 옆에 항상 붙어있어야 한다”면서 “간병일을 한 지난 20년 간 투표 기회를 많이 놓쳤다”고 말했다.

고양=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