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에잇세컨즈 코엑스몰 점 입구 정면에 서 있는 마네킹들. 근처에 사무실이 몰려 있는 이곳은 비즈니스 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이렇게 점심시간, 퇴근시간 등 주중 자투리시간을 활용해 옷을 사는 직장인이 늘면서 옷가게들이 사무실 밀집 지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도심의 오피스타운이 의류업체들의 새로운 성장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3길 디타워 1, 2층에 연면적 803m² 크기의 매장을 연다. 대표적인 사무실 밀집 지역인 광화문 주변에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가 대형 점포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의류 업체들이 서울 강북의 명동, 강남의 가로수길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내온 것과 다른 행보다. 디타워 주변에는 대기업 본사, 정부서울청사 등이 몰려 있다.
광화문 주변에서 점심시간, 퇴근시간에 옷을 사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옷가게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5년 전 종로구 청계광장 바로 앞에 문을 연 여성의류 편집매장 ‘위다’는 올해 초 점포를 대폭 리모델링해 다시 오픈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가게와 함께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에서 봐뒀다가 주중 낮 시간에 입어 보고 옷을 구입하는 여성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도 사무실 밀집 지역 매장의 상품을 차별화해 직장인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브랜드 코엑스몰 점 입구에는 여성용 비즈니스 룩 의류를 입힌 마네킹 7개가 세워져 있다. 바로 뒤에는 여성용 비즈니스 룩 상품들을 배치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주변에 사무실이 많은 코엑스몰점, 여의도점의 경우 비즈니스 룩 매출이 가로수길점, 명동점 등 다른 지역 매출보다 40%가량 많다”라고 귀띔했다.
주중에 도심에서 옷을 구입하는 직장인의 증가는 자신이 선호하는 다른 취미활동 등에 주말 시간을 쓰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꼭 필요한 아이템만 구입하는 남성 고객들의 경우 차가 막히는 주말에 의류 매장에 가는 걸 꺼린다”면서 “도심 매장은 이런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의류업체들의 도심 진출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