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에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말이 나온다. 혼자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는 게 낫고, 소수의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기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는 편이 더 즐겁다는 뜻이다. 맹자는 여민동락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이상 정치 실현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백성과 함께 즐기고 누리는 게 어떻게 이상 정치와 연결될 수 있을까? 권력자나 가진 자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면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를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권력자가 백성들과 여민동락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애초에 권력이나 권위의 개념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과 권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또한 전체를 위한 것이지 나만을 위한 건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권력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것을 ‘누리는’ 데 더 무게중심을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권력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남들과 다르게 꾸미기 시작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거나,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며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크고 화려한 집무실에 집착하고 비싼 옷과 장신구에 목을 매고, 고급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건 모두 힘을 과시함으로써 거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여민동락의 실천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누구나 다 가지거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거기서 특별함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