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일으킨 ‘녹색 돌풍’이 호남 전체를 거의 휩쓸었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거의 40석에 육박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며 제3당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특히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화 가능성을 말해준다. ‘양당 철밥통 체제’를 비판한 안철수 대표에게 호응해 국민이 거대 기득권 양당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
선거로 제3의 원내교섭단체가 탄생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때 50석을 얻은 자유민주연합 이후 20년 만이다. 오랜 양당 구도로 인해 여야 간 ‘적대적 공존관계’가 굳어지면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대의정치가 실종된 것이 국회의 실상이었다. 안 대표는 1월 “양당 구조 속에서 탄생한 것이 국회선진화법이므로 3당이 존재하면 원래의 단순 다수결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대 국회에 진입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안 대표의 정치 초심대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중도개혁 노선을 견지한다면 보수-진보 양 극단의 정치에 신물을 내는 중간층의 지지를 업고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국정을 원활하게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의 맹주’가 됐다는 것은 야권에는 혁명에 가까운 이변이다. 2004년 17대 총선 이래 친노(친노무현)의 손을 들어준 호남이 친노와 좌파 운동권 세력의 온상으로 변질된 더민주당을 12년 만에 응징했다는 의미가 있다. ‘강철수’의 뚝심을 발휘한 안 대표가 야권의 텃밭이자 심장부인 호남을 장악했으니 이제 야권 재편과 대권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녹색 돌풍’이 계속되려면 안 대표는 대권이 아닌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정치권의 개혁을 선도하면서 정책과 국회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당이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