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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빅 스튜디오 ‘한국영화 흥행 대전’

입력 | 2016-04-14 06:57:00

송강호 주연의 ‘밀정’(위쪽)과 황정민의 ‘곡성’은 할리우드 빅 스튜디오들이 제작한 한국영화다. 세계를 무대로 삼았던 할리우드 투자배급사들이 한국영화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


■ 한국영화 제작·투자 ‘물량공세’

워너, 연간 한국영화 5편 제작 목표
100억 대작 ‘밀정’ 5개월 촬영 마쳐
폭스, 나홍진 감독 ‘곡성’ 전폭 지원


세계를 무대 삼았던 할리우드 빅 스튜디오들이 한국을 새로운 ‘흥행 격전지’로 택했다. 한국 관객 입맛에 맞춘 영화 제작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다양한 기획과 물량공세까지 펼치고 있다.

‘배트맨’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등으로 익숙한 할리우드 투자배급사 워너브라더스(워너)가 연간 5편의 한국영화 제작을 목표로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공유가 주연한 ‘밀정’이다. 최근 5개월간의 촬영을 마친 영화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의열단과 이들을 쫓는 일본경찰의 대결을 그린다. 중국 상하이 로케 등을 거친 영화의 순제작비는 100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할리우드 투자배급사 이십세기폭스(폭스)는 계열사 폭스인터내셔널프로덕션 통해 한국영화 제작 투자에 일찌감치 나섰다. 2012년 신하균 주연 ‘런닝맨’을 시작으로 매년 그 규모를 키웠고, 5월12일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폭스는 황정민과 곽도원, 천우희 등 한국영화가 욕심내는 배우는 물론 ‘추격자’와 ‘황해’의 나홍진 감독에 거는 기대를 바탕으로 ‘곡성’에 전폭적인 지원을 쏟고 있다. 영화가 모든 촬영을 마치고 1년 동안 후반작업을 더 진행할 수 있던 배경 역시 그 덕분이었다.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세계 관객을 상대로 해온 빅 스튜디오들이 한국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배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 수요와 그에 따른 매출 성과가 확실하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극장 관객 2억명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관객이 1년 내내 극장을 찾는 ‘관람환경’이 정착됐고, 연간 2∼3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하는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 관객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할리우드 빅 스튜디오들은 한국시장을 먼저 분석하는 사전 준비 기간도 거쳤다. 워너는 8년 동안 한국영화 시장과 환경을 살핀 뒤 지난해 사내에 프로덕션팀을 꾸렸다. 한국영화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부서다. 워너의 박효성 대표는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매년 10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만큼 국내 목표인 연간 5편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워너는 ‘밀정’ 뿐 아니라 현재 이병헌과 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도 제작하고 있다. 3월 21일 호주에서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신인 이주영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지만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엿본 워너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톱스타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워너는 또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 제작도 검토 중이다.

폭스는 이미 한국을 포함해 세계 10개국에서 영화의 제작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폭스의 샌포드 패니치 대표는 얼마 전 내한해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영화 임원 가운데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이해리 기자 gofl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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