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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反이민정책 꼬집은 저커버그

입력 | 2016-04-14 03:00:00

“장벽 대신 다리 지어야… 우리는 지구촌 공동체”
페북 연례 개발자회의서 밝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미국의 이민정책을 대놓고 반대하는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우리는 하나의 지구촌”이라며 “이민자를 배척하고 무역 거래를 줄이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사람과 국가들이 서로 연결된 세상이라는 생각과 어긋나게 내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벽을 쌓자고 말하는 무서운 목소리가 들린다”며 “벽을 쌓는 대신 다리를 짓도록 도와야 하며 사람들을 가르는 대신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포를 넘어 희망을 선택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함께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저커버그는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FT를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저커버그가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 이민자들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을 계속 해왔다. 저커버그의 발언은 트럼프 이름만 거론하지 않았을 뿐 누가 보더라도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들린다.

저커버그와 트럼프는 지난해부터 이민정책에 대해 설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저커버그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늘릴 것을 주장하자 트럼프는 “많은 미국 대기업들이 H-1B 비자를 악용해 전문직종에 해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 실업자들이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매년 H-1B 비자를 발급받는 외국인은 박사가 2만 명, 학사 6만5000명이다.

지난해 말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고 밝히자 저커버그 등이 창립한 비영리단체 ‘포워드유에스’는 트럼프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