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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구속, 두번 무죄… 컷오프 아픔딛고 일어선 오뚝이

입력 | 2016-04-14 03:00:00

[선택 4·13 총선]
[화제의 당선자]강원 동해-삼척 무소속 이철규




“오뚝이가 이겼다.”

13일 오후 강원 동해-삼척 무소속 이철규 후보(58)의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두 번 구속, 두 번 무죄 판결이라는 흔치 않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이던 2012년 2월 비리 혐의로 구속됐을 때 그의 재기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이 당선자는 고향 선배인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경찰은 그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 당선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결백을 입증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찰 수뇌부의 뇌물수수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왜 고통의 터널 속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던 이 당선자는 2심에서도 무죄, 그리고 2013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유는 모두 같았다. “이 전 청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사람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뇌물수수 의혹-구속-무죄 판결’은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 이 당선자는 2003년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장(총경) 재직 때에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파면 징계까지 받았다. 그러나 2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똑같은 시련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사람들은 그에게 ‘오뚝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당선자가 겪은 시련의 배경을 검경(檢警) 갈등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경찰 재직 시절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구속될 때마다 ‘검경 갈등의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왔다. 두 번째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뒤 그는 “경찰에 복귀해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며 경찰 복귀를 희망했지만 인사에서 배제돼 결국 34년간의 경찰 생활을 접어야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쉽지 않았다. 고향인 동해-삼척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경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비리 사건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 그가 부담스러웠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던 그는 당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즉각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저는 어떤 난관에도 좌절한 적이 없다. 동해-삼척 시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두 어깨에 지고 승리를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후보의 선거전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근거 없는 의혹이 난무하면서 선거운동 중반 여론조사 결과도 요동쳤다. 그러나 막바지로 갈수록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지역에서는 이 당선자의 철저한 인맥관리를 승인(勝因)으로 꼽았다. 경찰 재직 시절부터 그에게는 ‘대한민국 마당발’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2005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방한했을 때 인맥을 활용해 예정에 없던 경찰청 방문을 성사시킨 이야기는 유명하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이 당선자는 “동해-삼척 시민의 위대한 표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저에게 보내준 지지와 성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슴 깊이 새기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유언비어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해준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의 주요 공약은 삼척원전 건설 반대와 원주∼강릉 고속전철의 동해-삼척 연장이다. 무소속 국회의원이 추진하기에 힘에 부칠 수밖에 없는 공약들이다. 벌써부터 새누리당 복당설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현재로선 복당은 생각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무소속인 저를 뽑아준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복당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동해-삼척 시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당과 관계없이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표를 의식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지켜봐 달라”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동해=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