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부양 ‘실탄’ 총동원 채비 柳부총리, 뉴욕 ‘한국 경제 설명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2일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설명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 경제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재정·통화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 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외부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렸다가는 자칫 내수(內需)를 비롯한 내부 동력마저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당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으면서 정부 의지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대다수 선진국보다 낮고 기준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두 가지 수단(추경 편성과 금리인하)을 쓸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의 발언으로 미뤄 볼 때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제 문제에 ‘로키(low key·가급적 의미가 크게 해석되지 않도록 하는 것) 행보’를 보이던 정부는 총선이 끝나면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태세다.
관심은 정부가 추경 편성을 포함한 확장 정책을 본격화할 시점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하는 ‘1분기(1∼3월) GDP 성장률 발표’ 직후가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나 감소하는 등 대외 환경 악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1분기 성장률마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과감한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여당의 성적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정부가 서둘러 확장 정책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분기에 이미 22조 원 규모의 재정 조기 집행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을 추진한 상황에서 나랏빚을 늘리는 추경 카드를 섣불리 꺼냈다간 당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열리면 추경 논의는커녕 정부 여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 1.5%인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문제 역시 정부가 자칫 목소리를 냈다간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세종=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