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다국적 정보기술(IT)기업 오라클의 ‘끼워 팔기’와 ‘유지보수서비스 구입강제행위’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 났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칼을 집어넣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한국오라클의 끼워 팔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등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국내 DBMS 시장의 58.5%를 차지하고 있다. DBMS는 컴퓨터 정보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업용 정보관리 소프트웨어다.
오라클은 주력 상품인 DBMS의 유지 보수 서비스 계약을 하면서 차기 업그레이드 버전 상품을 합쳐서 팔았다. 또 유지보수 계약을 맺을 때 개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했다.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오라클이 전체 프로그램에 대해 유지 보수 계약을 맺도록 ‘구입 강제’를 했다는 혐의도 지식재산권 침해와 무단 사용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로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관련 데이터베이스(DB)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DB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미국의 압력에 버티지 못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공정위가 이미 오래전에 무혐의 판결을 내놓고 그걸 쥐고 있다가 선거 전날 발표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IT업체 관계자는 “과거 앱스토어에 대한 불공정 약관 조사 때도 거의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는 구글, 애플은 손도 못 대고 시장점유율이 낮은 국내 기업들만 규제했다”며 “공정위가 번번이 해외 기업에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정위가 미국 정부와 의회의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정황도 있다. 올해 1월 스테펀 셀리그 미국 상무부 차관보는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과 비공식 면담을 갖고 미국 일부 기업이 공정위 조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에는 오린 해치 미 상원 재무위원장이 안호영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공정위의 조사가 불투명하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임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