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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일화 못했지만… 수도권 민심은 ‘더민주로 단일화’

입력 | 2016-04-14 03:00:00

[與 수도권 참패/4·13 총선]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는 수도권 민심이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경합 지역만 뒤집힌 게 아니었다. 새누리당의 전통 표밭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밀렸다. 한두 곳의 이변이 아닌 수도권 전체에서 ‘지지층 이탈’이 현실화된 것이다. 총선 초반 야권 분열에 기대 수도권 대승을 기대했으나 공천 내전(內戰) 후유증으로 여권이 분열하면서 기회를 위기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을 강타한 바람은 ‘야권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여권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다.

○ ‘강남벨트’조차 붕괴

당선자 스티커 붙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왼쪽부터), 김종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당선된 후보 이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전체 지역구 253개 중 122개(48.2%)가 몰려 있는 수도권이었다. 개표 결과 14일 0시 반 현재 서울 49개 지역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앞선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더민주당은 35곳, 국민의당은 2곳에서 앞서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지역에서 우세 10곳, 경합우세 24곳 등 34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우세로 꼽은 선거구조차 지키지 못했다. 대표적인 곳이 구로갑, 영등포을 등이다. 경합우세 지역은 사실상 몰락했다.

특히 더민주당 후보들이 △송파을(최명길) △송파병(남인순) △강동갑(진선미)에서 앞서면서 새누리당의 철옹성이었던 ‘강남벨트’마저 붕괴됐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현희 당선자는 강남을에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김종훈 후보를 눌렀다. 야당 성향 후보가 강남에서 당선 된 건 1996년 15대 총선에서 무소속 홍사덕 후보 이후 처음이다

또 1992년 14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는 서울 양천갑에서도 더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로써 서울에서 참패한 19대 총선(당시 16석 획득),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당시 16석 획득) 때보다 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서울 붕괴’라고 할 만하다.

○ ‘천당 아래 분당’에서도 참패


전국 시도 가운데 의석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60개)에서도 새누리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같은 시간 현재 △새누리당 19곳 △더민주당 40곳 △정의당 1곳이 앞서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경기지역 27곳에서 승리를 점쳤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친 결과였다.

특히 선거 사상 처음 갑, 을, 병, 정, 무 선거구가 탄생한 수원에선 더민주당이 전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또 용인 지역구 4곳 중 2곳도 더민주당이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경기지역 승부처로 꼽힌 이른바 ‘용·수 벨트’ 9곳 중 2곳만을 얻는 데 그쳤다.

성남 지역구 4곳 가운데도 새누리당은 1석만을 건졌다. 특히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성남분당갑, 분당을 지역구에서도 모두 더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경기 남부지역에서 ‘민심의 쓰나미’를 맞은 셈이다.

인천지역(13개)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4곳, 더민주당 후보가 7곳, 무소속 후보가 2곳에서 승리했다. 이는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권 주류가 독단적 행태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거나 다른 당으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총선에 임박해 ‘사죄 퍼포먼스’에 나섰지만 결국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집권세력의 오만에 대한 ‘응징 투표’는 역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다.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얻었지만 친박계 공천 배제에 대한 반발 심리로 친박연대 14명, 친박무소속연대 12명이 새누리당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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