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승리 더민주/4·13 총선] TK지역에 45년만에 野깃발 꽂아… 오세훈 꺾은 정세균도 입지 탄탄
20대 총선 결과 호남 참패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반면 새로운 주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대권 주자가 크게 늘면서 치열한 내부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블루칩’은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당선자다. 김 당선자는 야권의 불모지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소선거구제하에서는 1971년 이래 45년 만에 야당 깃발을 꽂았다. 16∼18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김 당선자는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19대 총선에서 여당 심장부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노무현식 정치실험’을 감행했다.
두 번째 도전에서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김 당선자는 ‘영남 출신 야당 대선 주자’라는 프리미엄을 확보하게 됐다. 같은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시달리는 문 전 대표와 달리 폐쇄적인 친노(친노무현) 이미지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투표장에선 결국 여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구시민들이 김 당선자를 선택한 것도 그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유력 대선 주자인 오세훈 후보를 누른 정세균 당선자도 차기 당권이나 대권 도전이 가능해졌다. 정 당선자가 범친노계인 만큼 친노를 대표해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당 대표를 3번이나 한 만큼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시장 진영에선 4·13총선을 앞두고 10여 명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출사표를 냈지만 김종인 대표 체제 이후 당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대부분 경선의 벽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기동민 당선자(서울 성북을)와 권미혁 비례대표 등 2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절반의 선전을 했다. 충남에 출마한 ‘안희정맨’ 나소열(보령-서천) 박수현 후보(공주-부여-청양) 등은 고배를 마셨지만 박완주 의원(천안을)은 재선에 성공했고 조승래 후보(대전 유성갑)도 당선됐다.
길진균 leon@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