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극립극단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 원작 살린 블랙코미디 ‘어떻게 살 것인가’ 철학적 질문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에서 주인공 상범(박완규)은 자신을 협박하는 ‘조폭 탱크’를 총으로 쏴 제거한다. 국립극단 제공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의미의 ‘국물도 없다’는 말을 뒤집어 본 ‘국물 있사옵니다’는 1966년 초연된 이근삼 작가의 대표작이다. 당시 ‘상식’과 ‘평범’에서 한 글자씩 이름을 딴 주인공 김상범을 통해 1960년대 후반 산업화 시대의 세태와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제철회사 임시직이던 상범이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깨닫고 출세를 위해 편법과 술수로 점철된 ‘새로운 상식’을 추구하며 경리과장을 거치고, 사장의 죽은 아들의 아내와 결혼한 뒤 제철회사 이사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50년의 세월이 지나서일까. 서충식 연출은 원작 희곡을 거의 그대로 살렸지만 초연 당시 쏟아진 평가처럼 산업화 시대의 모순을 시원하게 고발한다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무대도 인상적이다. 곳곳에 배치된 계단 무대는 출세를 인생의 목표로 삼은 상범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또 계단을 통한 배우들의 다양한 동선은 무대 공간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줬다. 24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전석 3만 원. 1644-200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