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1강’으로 꼽힌 전북이 흔들리고 있다.
K리그 클래식 3연패와 10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복을 노리는 전북이지만 최근 두 대회에서 모두 성적이 신통치 않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2경기 연속으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거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두 경기 동안 승점 4점을 잃어버렸다. 경기 종료 직전에 실점하는 경기가 이어지면 팀 분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ACL에서도 6일 약체 빈즈엉(베트남)과의 방문 경기에서 충격적인 2-3 패배를 당해 조 2위로 내려앉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타 선수를 대거 영입해 선수 층을 넓힌 전북은 ‘더블 스쿼드(두 개의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가용 전력)’의 힘을 바탕으로 K리그 클래식과 ACL을 오가는 힘겨운 일정을 극복해낼 것으로 예상됐다. 한 시즌에 2개 이상의 우승을 노리는 팀의 감독이라면 누구나 더블 스쿼드를 갖추기를 원한다. 대회 중요도와 경기 일정에 맞춰 탄력적인 선수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블 스쿼드를 갖춘 팀은 다양한 선발 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팀의 중심을 잡아 조직력을 유지시키는 선수는 항상 선발로 나선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도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는 휴식을 주지 않는 이유다. 전북의 경우 지난해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미드필더 이재성이 중원에서의 원활한 볼 공급을 통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러나 그는 1월 기초군사훈련 등으로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해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재성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득점포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 감독은 “이재성이 동계훈련을 함께 하지 못해 컨디션이 완벽하지 못하다. 그의 역할이 중요한데 아쉽다”고 말했다.
전북이 영입한 선수 중 일부가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는 점도 더블 스쿼드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인 미드필더 김보경은 지난해 일본 프로축구 마쓰모토에서 6경기 밖에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진데다 올 시즌 초반 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일본 프로축구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다 전북으로 이적한 수비수 김창수도 런던 올림픽 등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빈즈엉 전과 포항 전(10일)에서 2경기 연속 퇴장을 당해 팀을 어렵게 했다. 전북이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부진에 빠진 신입생들이 기량을 회복하고 빠르게 팀 적응을 완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확실한 최전방 공격 조합이 없는 것도 문제다. 특히 ‘고공 폭격기’ 김신욱의 부진으로 노장 이동국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두 선수가 함께 뛸 때는 공격이 단조로워진다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최 감독은 “경기마다 선수들이 많이 바뀌다보니 세밀함이 떨어지고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차분하게 다시 정비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최 감독이 전북의 더블 스쿼드가 허울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