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득표률 분석]수도권 122곳 표심 살펴보니
각 지역구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표심은 훨씬 싸늘했다. 당이 얻은 의석수보다 지지율의 수준이 더 초라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 한때 180석을 목표로 삼기도 했지만 제3당 국민의당이 분전하면서 오히려 여당에 차가워진 민심의 현주소만 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14일 수도권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은 수도권 122개 지역구 중 18곳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20%를 넘는 득표율을 보인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패했다. ‘어부지리(漁父之利)’ 승리를 거둘 자체 동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오히려 국민의당이 얻은 표의 상당 부분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 야권뿐 아니라 여권도 분열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거둔 득표율을 고려하면 여야 ‘일대일’ 구도에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선거구도 10여 곳에 이른다.
서울 강북갑(정양석), 동작을(나경원), 관악을(오신환)의 경우 새누리당은 두 야당이 거둔 득표율 합산치보다 10∼20%포인트씩 뒤진다. 새누리당 텃밭인 ‘강남 벨트’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서초을(박성중), 송파갑(박인숙) 모두 국민의당 후보가 15%에 육박하는 득표를 하며 두 야당 후보가 10%포인트 안팎으로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야권 분열에도 더민주당이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둔 데는 국민의당에 대한 새누리당의 오판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이 ‘공천 파동’에 염증을 느낀 여권 성향 이탈 표와 부동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다는 것이다. 한때 국민의당 지지율이 빠지자 ‘국민의당 띄우기’ 전략까지 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던 셈이다.
지역구 후보는 새누리당에,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등에 한 표를 행사한 교차투표도 적지 않았다. 교차투표는 지역구 의원과 정당 투표를 각각 다르게 하는 투표를 말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에 야권 지지자들만 표를 던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