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울리슈틸리케 감독. 스포츠동아DB
■ 아시아 축구의 新 라이벌 전쟁…한국축구 러시아월드컵 가는 길, 숙명처럼 만난 ‘페르시아의 적’
같은 A조 포함…2012년 이후 번번이 패배
10월엔 원정·내년 8월 홈서 최종예선 격돌
고지대·10만 관중 암초…주먹감자 악연도
슈틸리케 감독 “이젠 이란 징크스 끊을 때”
라이벌(Rival).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며 서로 이기려고 겨루는 맞수’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같은 목적을 향하기에 누군가 울어야 또 다른 누군가는 웃을 수 있는 법. 승패의 명암이 뚜렷한 스포츠, 한국축구에도 라이벌이 있다.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대도, ‘신흥 라이벌’로 불리는 상대도 존재한다. 물론 상대도 우리를 비슷하게 여긴다. 그렇게 숱한 라이벌들과 마주치며 한국축구는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의 라이벌. 요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대는 이란이다. 이란이 새로운 맞수로 부상했다. 과거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약했던 한국은 언젠가부터 이란을 버겁게 여기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이후로는 3연패다. 전부 0-1 패배로 끝난 3차례 대결 가운데 2번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 번은 2014년 11월 원정 평가전이었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풀 시간이 왔다. 2018러시아월드컵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에서 또 만난다. 10월 11일(원정)과 내년 8월 31일(홈),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가 예정돼 있다. 노력해도 적응이 어려운 ▲해발 1273m 고지대 ▲10만 관중 등 우려스러운 변수가 많지만 결국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 한국-이란전을 풍성하게 만든 양념인 ‘독한 혀’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009년 2월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테헤란 원정경기를 앞두고 양국의 영웅 박지성(은퇴)과 네쿠남이 주고받은 설전은 유명하다. 네쿠남이 “10만 관중으로 가득 찰 아자디 스타디움은 한국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자, 박지성은 “천당일지, 지옥이 될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받아쳤다. 결과는 1-1 무승부.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박지성과 선수와 코치로 인연을 맺은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이 이란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심각한 장외전쟁이 발발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끊임없이 한국을 향해 막말과 조롱을 일삼았는데, 급기야 한국 사령탑인 최강희 감독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려 논란을 빚었다. 2전패에 욕설까지 맞았으니 상처는 훨씬 컸다.
이란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일본과 함께 쓴 아시아축구의 라이벌 역사
열기가 다소 식기는 했지만,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라이벌전이 한·일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일전을, 독일-잉글랜드전(유럽)이나 브라질-아르헨티나전(남미)에 버금가는 빅매치로 꼽는다.
한·일전 역대전적 40승23무14패 우위
첫 한·일전은 1954년 3월 스위스월드컵 예선에서 성사됐다. 당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서울 원정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2차례 예선경기가 모두 도쿄에서 치러졌는데, 어렵게 도쿄행을 승인해준 이승만당시 대통령에게 대표팀이 “(일본에 지면) 선수단 전부 현해탄(동해)에 몸을 던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때부터 한·일전은 역대로 77차례 펼쳐졌고, 우리가 40승23무14패로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