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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갖다 바칠 돈으로 경험을 공부하세요”

입력 | 2016-04-15 03:00:00

김수영 드림파노라마 대표




5일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만난 김수영 드림파노라마 대표는 “실패해도 괜찮다. 대한민국 흙수저론에 절망하지 말고 더 넓은 곳에서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전 흙수저 중에서도 최고 흙수저로 태어났습니다. ‘헬조선’이라며 불평만 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학원에 갖다 바칠 돈과 에너지로 경험이라는 공부를 하는 게 어떨까요.”

김수영 드림파노라마 대표(35·여)는 항구도시인 전남 여수시에서 폭주족으로 칼도 맞으며 싸움질까지 해본 속칭 ‘센 언니’였다. 하지만 지금은 독특한 이력을 살려 청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꿈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팟캐스트 ‘놀아본 언니의 고민상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조언해주는 방송이다. 또 꿈, 해외취업에 관해 초등학생부터 30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어느덧 300번이 넘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각각 20만, 30만 부가 팔렸다. 지금은 꿈에 관한 콘텐츠를 다루고 진로를 컨설팅하는 업체인 ‘드림파노라마’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맨손으로 자수성가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세상을 저주하면서 비행을 저지르다 중3 때 가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 신문기사를 읽은 후 “세상의 변화를 알리고 정의를 지키고 싶다”며 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중졸 검정고시를 거쳐 또래보다 1년 늦게 여수정보과학고(당시 여수상고)에 입학했다. 1999년 실업계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KBS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리기도 했다.

“기자가 되려면 서울의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해서 너는 안 된다”는 선생님의 말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한 끝에 2000년 연세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백화점 알바(아르바이트), 아파트 청약신청원 알바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대학 졸업 후 2005년 금융투자기업 골드만삭스에 취업했다. 스물다섯이 된 이듬해 암 진단을 받으며 인생의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암이 완치된 뒤 “더 이상 가족을 위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훌쩍 영국으로 떠났다. 100여 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은 끝에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에서 일했다. 이후 아프리카, 브라질, 인도 등 80개국을 돌아다니며 ‘세계’를 공부했다.

“청년들이 해외에 나가 어려움에 직접 부딪혀 보며 경험해야 한다. 내가 해외에서 기회를 찾았듯, 두려워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 라오스, 베트남의 예금 금리가 10%를 훌쩍 넘고 아프리카가 중국인 판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청년들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는 “요즘 청년들은 ‘결핍’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결핍이 있었기에 잠재력을 발휘하며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본인의 삶과 마음의 주인이 돼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흙수저론에 대해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전통적 방식의 성공만 생각하니 흙수저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판이 마음에 안 들면 판을 깨뜨리면 된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각자의 로드맵을 만들어 꿈을 찾아 세계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