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진단서로 응시시간 더 받은 뒤… 화장실에 가 숨겨둔 폰으로 답 알아내
‘정부청사 침입’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 씨(26)는 인생의 관문을 꼼수로 통과하려다 범죄의 덫에 빠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송 씨는 어릴 적 지방직 공무원인 아버지와 일가친척을 보면서 공직을 꿈꿨다. 2010년 제주 A대학에 입학했지만 서울 유명 대학에 가려고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보기로 했다. 경쟁자가 공부할 때 수능의 허점을 살핀 그의 눈에 ‘저(低)시력 수험생 매 교시 일반 수험생 시험시간의 1.5배 부여’라는 규정이 들어왔다. 송 씨는 2010년 8월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첫날 의사는 송 씨가 약시(弱視)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송 씨는 다음 날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에게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달린 끝에 약시 진단서를 받아냈다.
송 씨는 그해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시각장애인 9명과 수능을 치렀다. 그는 응시시간을 더 받은 것도 모자라 매 교시 종료 후 인터넷에 답안이 올라오는 점을 악용해 시험시간 중 화장실에 가 휴지통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답을 확인했다. 일반 수험생의 시험시간이 더 짧아 이미 답은 공개돼 있었다. 하지만 미처 답안을 확인하지 못한 1교시 언어영역이 5등급에 그쳐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했다.
공전자기록 변작 등 8개 혐의로 구속된 송 씨는 14일 검찰로 송치됐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