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년]유족 “원인 규명” 1년9개월째 농성… “추모관 조성, 광장은 시민에” 여론도
유가족도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지쳐간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세월호 천막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49) 등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세워졌다. 이후 세월호 참사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면서 각종 집회의 최종 목적지가 됐다. 14일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곳에서 농성을 벌인 지 1년 9개월을 넘어섰다. 천막을 지켜온 유가족 측은 “원인을 규명하기 전엔 떠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생때같은 자식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사고를 기억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 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광장을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29·서울 종로구)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피로감이 쌓인다. 따로 추모관을 만들어 사고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이곳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에게 천막을 제공해 줬다는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농성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그동안 재학생 학부모 측은 “신입생이 들어와 교실이 부족해졌고, 아이들이 추모교실을 보면서 불안감과 죄책감, 우울감을 호소한다”며 해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4·16가족협의회 측은 “추모교실은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현장인데 반성의 교실, 장소를 벌써부터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17일 4차 협의회 때 극에 달해 재학생 학부모 측이 “앞으로는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양측을 중재해 이번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재난이 발생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먼저 해결 가능한 것부터 합의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사안 하나하나에 발목이 잡힌다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피로도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