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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소맥’이 신사답지 못하다고?

입력 | 2016-04-15 03:00:00


김수연 국제부 기자

유튜브에 올라온 지 사흘 만에 60만 명 넘는 누리꾼이 재생한 인기 영상이 있습니다. 아이디 ‘영국남자’가 올린 ‘소맥을 처음 마셔 본 영국인들의 반응’이라는 동영상입니다.

‘영국남자’의 실명은 조시 캐럿(27).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으로 알려져 방송에 출연하고, 유튜브에서도 120만 구독자를 얻은 인기인입니다. 그동안 불닭볶음면, 인삼주, 홍어 등 한국의 독특한 먹거리와 목욕탕, 지하철도 유튜브에 소개했습니다.

12일 그가 올린 영상의 주제는 ‘소맥’. 그는 우선 영상에 등장한 친구들에게 한국 맥주를 맛보게 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실망스럽습니다. “글쎄?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맥주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긴 어려운데?” “맥주라기보다는 맥주 맛 나는 탄산수 같다” 등의 평가가 쏟아졌죠.

그 다음에는 ‘소주’가 등장합니다. 영국인들은 “20도짜리 술”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합니다. 소주를 병째 들고 마신 한 영국인은 “이 술을 마시는 목적은 딱 하나네요. 엄청 취하려고…”라고 말합니다.

이어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이라는 술을 소개하자 영국인들은 당황합니다. 술과 술을 섞는 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건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야(That’s not very gentlemanly)”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런데 ‘소맥’을 한번 맛본 영국인들이 돌변합니다. 별의별 찬사를 다 쏟아내면서 말이죠. “이걸 왜 수출하지 않고 있죠? 삼성보다 대단한 거예요!” “예상 밖으로 진짜 맛있네요.”

이 영상은 단지 ‘독한 술’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술을 따를 때 두 손으로 술병을 잡는 장면도 나옵니다. 건배할 때는 “치어스(cheers)”라는 말 대신에 “짠”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나옵니다. 한 영국인은 “이걸 먹고 가라오케(노래방)에 가는 거지”라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14일 ‘인기 급상승 동영상’ 코너에서도 1위를 달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소맥을 하셨으니 다음엔 ‘양폭’(양주 맥주 혼합 술)을 소개해 달라”며 후속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줍니다. 캐럿의 동영상에는 ‘술’에서 한국의 문화를 읽고, 그것을 유머 있게 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조만간 과일향 소주와 막걸리를 소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가 다른 술에서 어떤 문화코드를 읽어낼지 기대됩니다.
 

김수연 국제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