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A씨는 얼마 전 주말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그리고 또다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비숑프리제 공주와 함께 시에서 분양 받은 주말농장을 다녀왔다.
고추를 심을까, 배추를 심을까. 아니면 감자, 상추, 고구마, 땅콩? 이런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근 반나절을 밭을 갈고, 비료를 준 뒤 돌아 왔다. 참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뿌듯함이 가슴 속에 가득했다.
수의사는 응급이 가능한 2차 동물병원을 소개해 줬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수의사의 진단은 독성물질 중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 입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입원치료 뒤 나아지고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주말농장에 독성물질이라도 묻혀 있었던 것인가. 시에서는 분명 그럴 일은 없다고 했는데. 수의사와 상담해 본 결과 뜻밖에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밭에 뿌린 유기농 비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주말농장은 물론 산책길에도 유기농 비료 때문에 이런 일을 충분히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권고다.
한국수의응급의학회(회장 이혜경)에 따르면 유기농 비료에는 대부분 유박이라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유박은 씨앗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다. 간혹 피마자(아주까리) 유박이 비료 원료로 쓰인다.
피마자 기름은 열처리를 통해 독성을 제거하지만 피마자나 피마자 유박은 그런 처리 과정이 없다. 그래서 피마자 유박으로 만든 비료를 섭취할 경우 공주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기농 비료의 모양이 마치 사료처럼 생겼다면 개들을 더 유혹할 수도 있다.
반려견이 피마자를 섭취한 경우 치사율은 9%, 피미자 유박 비료를 섭취한 경우에는 치사율이 85%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피마자 유박 비료를 매우 위험하다.
피마자 유박 비료는 비단 주말농장에서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지자체들은 주변 경관을 아름답게 가꿀 목적으로 수변을 정리하거나 산책길 중간을 가꾸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도 사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유기농 비료가 뿌려졌을 만한 곳을 다녀온 뒤 급성 구토와 설사를 보인다면 서둘러 동물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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