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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업무 적응 못하고 우울증에 자살한 직원…‘업무상 재해’일까?

입력 | 2016-04-17 11:48:00

사진=동아DB


직원이 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했을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1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입사한 A 씨. 유달리 꼼꼼한 성격이었던 A 씨는 2012년 1월 입사 이래 처음으로 자금 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

A 씨는 공단이 정한 자금 지원 목표 수치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새벽에 집에서 혼자 울기도 하고 병원 주치의에게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단에서 자금 지원을 해 준 회사가 돈을 갚지 않고 연락이 끊겼다.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A 씨는 자책하며 우울증을 앓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고 말았다.

A 씨의 아내는 남편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우울증 때문에 자살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A 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진만)는 숨진 A 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홍씨는 지부 발령 전까지 사교적인 성격으로 직장 동료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가족과도 화목하게 살았다”며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우울증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생긴 우울증이 악화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을 시도할 무렵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 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