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디자인 경영 시즌3]<1>위기극복-새 시장 창출한 기업들
《 동아일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동 기획으로 ‘K(한국)디자인’의 현주소를 짚고 도전과제를 진단하는 ‘신(新)디자인경영 시즌3’ 시리즈를 게재한다. 첫 회에서는 디자인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K디자인의 사례를 살펴본다. 》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디자인경영을 활용하고 있다. 한샘(맨위쪽 사진)은 ‘가구공룡’ 이케아에 맞서 평형대별, 라이프스타일별 인테리어를 제시해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한국야쿠르트(맨아래 왼쪽 사진)는 편의성을 향상시킨 디자인으로 ‘쿠퍼스 프리미엄’ 매출을 늘렸다. 대유위니아(맨아래 오른쪽 사진)는 김치냉장고 ‘마망’을 통해 젊은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각 회사 제공
대유위니아의 디자인경영 결과물은 지난해 8월 선보인 딤채 김치냉장고 ‘마망’이다. 둥근 도자기를 모티브로 제품 테두리를 곡선형으로 만들고, 색상을 파스텔블루, 로맨틱레드, 크림화이트로 다양화했다. 사용자가 다가가면 디스플레이에 불빛이 켜지는 ‘웰컴 라이팅’ 기능,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칸별 김치 익힘 정도를 설정하는 기능 등을 탑재했다. 대유위니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63억 원이다.
한샘은 위기 때마다 디자인 투자를 강화했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국내 최초의 토털 홈 인테리어 전시장인 ‘한샘 플래그숍’을 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전국 인테리어 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인테리어 제품을 유통하는 ‘한샘ik’ 브랜드를 내놓았다.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해인 2014년, 한샘은 서울시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지낸 권영걸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를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한샘은 한국인의 주거 환경에 맞는 평형대별, 공간별, 라이프스타일별 인테리어 패키지를 제공해 이케아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장은 “디자인은 기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합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기업이 여력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디자인을 선택했을 때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숨은 수요 창출하는 디자인경영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에서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로낭과 에르완 부룰레크 형제와 협업해 개발한 ‘세리프 TV’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측면은 세리프 폰트 ‘Ⅰ’ 모양이고, 앞면 프레임은 이음매 없이 이어진다. 뒷면은 패브릭 패턴이다. 인터페이스를 ‘커튼 모드’로 설정하면 TV 화면이 시계나 액자처럼 바뀌어 소품 역할도 한다.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는 “TV가 반드시 첨단기술과 초대형 크기로 무장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시기에 세리프 TV가 나왔다”며 “TV를 보지 않을 때의 모습조차 디자인해 가전제품을 ‘오브제’로 승화시킨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벤틀리의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테이가’를 디자인한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수석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에 임명했다.
KT는 디자인을 통해 젊은 이미지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우산 손잡이를 ‘C’자형으로 만들어 간단히 팔에 끼우는 것만으로 우산을 들 수 있도록 한 ‘폰브렐라’가 대표적이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도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도록 고안해 호평을 받았다.
디자인경영은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해 기존 제품의 매출을 견인하기도 한다. 한국야쿠르트는 2013년 ‘쿠퍼스 프리미엄’에 알약 형태의 밀크시슬을 담으면서 뚜껑에 이중 캡을 설치해 음료를 마시는 동시에 알약을 손쉽게 삼킬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