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의원 당선자 현안설문]<上>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방향

○ 정부 기조와 다른 여당 당선자들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무소속 유승민 당선자 공천 배제 사태는 지난해 4월 대표 연설에서부터 출발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 당선자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법인세 인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반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됐다.
하지만 20대 국회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의 경제현안 설문조사 결과 새누리당 당선자 중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기조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대표적인 게 증세 필요성이다. 설문에 참여한 새누리당 당선자 103명 가운데 64.1%인 66명은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증세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당선자(전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32명(31.1%)이었다. 증세 찬성 및 검토 의견이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증세 방안으로는 소득세(29명·28.2%)나 법인세 인상(21명·20.4%)을 꼽았다. 새누리당 당선자 중 상당수가 야권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응답자 64명 중에선 무응답자 1명을 제외한 63명이 ‘증세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응답자 26명 가운데도 3명을 제외한 23명이 증세 찬성 및 검토 의견을 냈다. 입법 권력이 야권으로 쏠린 만큼 현 정부 또는 차기 정부에서 증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특히 여야 전체 응답자의 45.6%인 93명이 법인세 인상을 가장 바람직한 증세 방안으로 꼽았다. 대기업의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민주당 응답자의 47명(74.6%)과 국민의당 응답자의 절반은 파견법 처리에 반대했다. 다만 더민주당 응답자의 16명(25.0%)과 국민의당 응답자의 절반이 ‘여야 절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만큼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바로 좌초되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충안 마련을 두고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경제통의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추경호 당선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의) 체력이 남아있을 때 구조조정을 하려면 노동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관련 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낸 더민주당 김진표 당선자는 “노동개혁에 앞서 재벌개혁이 선행돼야 노사정 대타협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모델을 먼저 만들어야 노조의 기득권 포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당 최운열 당선자(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여권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으로 개혁이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소득수준을 높여주는 노동개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두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이혜훈 당선자(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는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는 돈 풀기와 부동산 시장 활성화였지만 가계부채 증대와 전세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낳고 경기 회복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며 “고통스럽고 표가 떨어져도 (좀비기업) 구조조정에 올인(다걸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