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외면하는 불편함과 마주하고 싶었다”
소설가 김이설 씨는 잔혹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에 대해 “직업이나 직위의 가면 아래 숨겨진 인간의 야만성을 들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근 두 번째 소설집 ‘오늘처럼 고요히’(문학동네)를 펴낸 김 씨를 만났다.
“등단 뒤 당선소감을 쓸 때 ‘계속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10년 뒤에도 소설을 쓰고 있을지, 잘 해내고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젖먹이를 끌어안고 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소설을 썼던 그는 ‘젊은작가상’(2012년)을 수상하고 각종 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탄탄한 소설가가 됐다.
소설이 극단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씨는 “현실이 그렇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우아하고 예의바르고 이성적인 것 같지만 밀폐된 곳, 가령 가족만의 공간을 들여다보면 야만과 폭력이 횡행하지 않는가. 그런 소식을 실제 뉴스로 접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외면하려는 ‘불편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하고 싶었다.”
엄마가 어떤 소설을 쓰는지 이야기를 들은 초등학생 아이들도 왜 ‘불편한’ 소설을 쓰는지 묻는다고 했다.
“‘악당이 있어야 재미있는 거야’ 정도로 얘기해주긴 한다. 가족이 와해되고 죽는 소설을 쓸 때면 내 가족이 이런 건 아닌데, 생각에 고민도 되고….”
‘오늘처럼 고요히’는 반어적인 제목이다. 김 씨는 “세상이 고요하지 않다는 것, 실은 난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수위든, 소재든, 주제든, 불편함을 고수하는 ‘김이설표 소설’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