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강진 도미노]日 7.3강진 현장 르포
구마모토=장원재 특파원
구마모토=장원재 특파원
16일 오전 1시 25분. 어둠 속에서 침대가 심하게 흔들렸다. 몸이 어딘가로 내던져지는 느낌이었다. ‘지진이다!’라는 생각에 눈을 떠 일어나려 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었다.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침대 옆에 몸을 낮췄다. 스마트폰에선 일본 기상청에서 보낸 경보가 다급하게 울렸다. “지진입니다. 지진입니다.”
14일 밤 구마모토(熊本) 현에서 발생한 지진을 취재하기 위해 급하게 현지 출장을 온 기자는 16일 새벽 구마모토 시의 한 호텔에서 규모 7.3의 강진을 직접 경험했다. 이틀 전 발생한 규모 6.5의 지진은 전진(前震)이었고 이날 새벽에 더욱 강력한 본진(本震)이 발생했다.
진동이 수십 초 이어지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침대 옆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밖에 없었다. 이러다 정말 어떻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가족 얼굴부터 떠올랐다. 진동이 조금 수그러지자 호텔 복도 스피커에서 “침착하게 주차장으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불을 켜니 방 안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라디에이터, 의자, 쓰레기통이 넘어졌고 찻잔과 책 등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노트북컴퓨터 등 필수품을 챙겼다. 세탁실 벽에 붙어 있던 건조기가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수도관이 파손돼 복도 천장 곳곳에서 물도 줄줄 떨어졌다.
구마모토=장원재 특파원
주차장에서 모포를 덮고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땅은 계속 흔들렸다. 도저히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새벽 4시경 동이 트기 직전에야 안내에 따라 일부는 로비로, 일부는 방으로 이동했다. 직원들은 이후에도 큰 진동이 있을 때마다 일일이 방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확인했다.
구마모토 공항은 전면 폐쇄됐고 여진 우려로 신칸센과 고속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구마모토 역 앞에는 해외 관광객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진을 치고 있었다. 역 근무자들은 “구마모토를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를 빌리거나 택시를 타는 것뿐”이라고 안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기다림에 지친 일부 여행자는 아예 역 앞 길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역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 커플은 “전날 신칸센을 타고 오다 비상 탈출해 택시로 시내까지 들어와야 했다. 지진에 정전까지 겹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구마모토=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