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축구 대표팀 감독이 프로 팀의 부름을 받았다며 자리를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배구에서는 실제 일어난 일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는 6월 17일 시작한다. 그런데 박기원 대표팀 감독(65)은 프로배구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과 매년 열리는 월드리그가 똑같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월드리그 그룹2에 속한 한국은 올해 성적을 부진하면 최하위인 그룹3으로 떨어지게 된다.
박 감독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 반대했다. 자유계약(FA) 시장이 곧 열리는 데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팀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한배구협회도 동의했다.
배구협회는 22일까지 대표팀 감독을 공모하기로 했다. 지원 자격은 2급 이상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로 최소 5년 이상의 지도 경력이 필요하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 팀인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42)이나 정규리그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40)은 이 기준에 미달한다. 또 박 감독이 프로 팀을 정비하겠다며 대표팀을 떠나는데 다른 프로 팀 감독에게 맡으라고 할 수도 없다. 대학 팀도 리그가 한창이 진행 중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