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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계 가입 문 활짝… 귀어 팍팍 밀어드립니다”

입력 | 2016-04-19 03:00:00

경기 화성 백미리마을
외부인 꺼리는 어촌들과 대조… “새 사람 들어오면 신사업 활기”
年 체험객 20만에 워크숍까지




3월부터 경기 화성시 백미리마을에서 귀어를 준비하는 김판수 씨(오른쪽)와 김만종 씨가 마을 어망 관리 작업에 나선 모습. 백미리마을 어촌계 제공

“여기에서 살고 싶으면 일단 오세요.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마을 김호연 어촌계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귀어를 결심한 김판수 씨(54)가 올해 1월 이 마을을 찾았을 때다. 김 씨는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귀어귀촌 교육을 1주일간 받은 후 교육생들과 함께 어촌 체험을 위해 이 마을에 왔다. 김 계장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김 씨와 같은 방문객을 반겼다. 기존에 들어왔던 배타적인 어촌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고령화시대에 과거처럼 도시에서 사는 것의 미래가 밝지 않다”며 귀어를 결심했다. 그는 1월에 본 백미리마을의 개방적인 분위기에 매료됐다. 그는 지난달부터 백미리에 머물며 어망 손질 등 어업 일을 익히고 있다.

백미리마을의 개방적인 분위기는 상당수 어촌계와는 분명 다르다. 어촌계는 전국적으로 2000개에 육박한다. 어촌계는 인근 해역에서 수산물을 잡고 소형 양식장을 운영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어촌에 기반이 없는 사람이 귀어를 하려면 이 어촌계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어촌계 회원이 늘어날수록 공동 어업을 통해 회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회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해수부가 어촌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촌계 가입 조건으로 거주 기간 5년 이상과 일정액의 가입비 등을 내건 곳이 많았다. 이런 조건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신규 가입 여부는 최종적으로 기존 어촌계 회원들이 투표하는 총회에서 결정된다. 어촌계가 귀어 희망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가 결정적 요소라는 의미다.

백미리마을은 ‘젊은 어촌’과 ‘함께 사는 어촌’을 표방한다. 현재 어촌계 회원은 124명.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2배로 늘어났다. 어촌 인구가 빠져나가는 요즘 회원을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어촌계의 개방적 태도였다. 김 계장은 “노령화된 어촌 마을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활력이 생기고 신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미리마을에서 운영하는 어촌 체험 마을에서 개방성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시작한 백미리 어촌 체험 마을은 지난해 해수부가 선정한 일등어촌마을에 경기도에서는 유일하게 꼽힐 정도로 이름나 있다. 현재 연간 체험객이 20만 명에 달하고 수년째 이곳에서 워크숍을 여는 회사들도 있다. 이창미 백미리마을 어촌계 사무장은 “도시에서 오는 방문객이 다수인 어촌 체험 마을을 잘 운영하려면 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새로운 사람들을 환영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귀어를 준비 중인 김 씨는 “귀어에 성공하려면 배운다는 자세로 지역 주민들과 융화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귀어를 희망하는 사람은 우선 귀어귀촌종합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고 기본 교육을 받는 게 좋다. 사업 자금은 3억 원, 주택 마련 자금은 5000만 원까지, 둘을 합쳐 최대 3억5000만 원까지 연 2%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어촌에서 최대 80일까지 머물며 체험할 수 있는 ‘어촌 홈스테이’도 신설됐다. 어촌의 현지인 가구에서 지내는 것인데, 숙박비용의 80%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