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 아쉬움보다 팀 동료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스스로를 ‘죄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의 주장, ‘파이팅 맨’ 고희진(36)의 이야기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삼성화재는 고희진이 왼쪽 발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장 없이 ‘봄 배구’를 치러야했다. 흐름이 중요한 단기 승부의 특성상 팀원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는 고희진의 빈 자리는 컸다. 삼성화재는 V리그 출범 후 12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고희진은 현재 초기 재활단계다. 2월 말 수술을 받은 그는 5월 초까지는 깁스를 해야 한다. 재활 과정이 쉽지 않지만 그는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로서 중대기로에 서 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희진은 이른바 ‘몰빵 배구’로 불리는 팀의 경기운영 방식이 평가절하 받고 있는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지난시즌 부진했던) 팀 입장에서 반박의 여지가 없었지만 더 갈고 닦아서 다시 결과로 보여 주고 싶다.” 팀을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도 맡겠다는 고희진은 자신의 바람처럼 다시 코트에 설 수 있을까.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