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향해!’ 태극궁사들이 18일 대전 유성의 LH연수원 운동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한국양궁은 최고의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19개)을 안겨줬다.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촘촘하고 두꺼운 선수층과 탁월한 육성 시스템, 우리만의 기술과 노력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려운 법이다. 한국양궁은 매년 국가대표선수들을 새로 선발하고 있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올림픽 우승자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올림픽 쿼터 대회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을 밟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도 상당히 길다. 재야 선발전이 열리는 연말부터 연초까지 일정이 지속된다. ‘낙타 바늘귀 통과하는’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고통스러운 시간이 수개월 지속된다.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시즌이다.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는 올림픽대표 선발전(사진)이 막바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자들과 재야 선발전을 통과한 이들이 경합한 3차 선발전(3월)에서 남녀 8명씩이 생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 ‘KOREA’가 새겨진 유니폼을 걸쳤지만, 모두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자체 선발전(1·2차 평가전)에서 3위 이내에 들어야 리우로 향한다.
한 발 한 발에 운명이 걸린 냉혹한 승부. 조준하고 시위를 당기기까지 20초 동안 순간순간이 명암을 가른다. 올림픽대표가 되려면 개인훈련을 제외하고도 공식 연습(3발)을 합쳐 총 4055발을 쏘고, 표적지 확인 후 사선을 왕복하는 거리가 182km에 달한다. 대한양궁협회 김기찬 부회장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도 부담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버텨내는 것은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힘 덕분이다. 서로가 친한 동료이자, 선후배다. 휴식시간에 담소를 주고받으며 긴장을 푼다. 하루의 경쟁이 끝나면 서로를 격려하고 등을 두드린다. 양궁은 상대를 꺾어야 내가 살아남는 종목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다. 양궁대표팀 문형철 총감독은 “양궁은 정직하다. 부족하면 네 탓이 아닌, 내 탓이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림픽대표 최종엔트리(남녀 각 3명)는 19일 확정된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