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는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아울러 한화 구단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다. 김성근 감독이 투수 권혁의 볼을 쓰다듬어줬다고 미화될 일이 아닌 것이다. 스포츠동아DB
■ 한화의 투수 혹사 논란, 1군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1군 등록되지 않은 투수들도 하루 180개씩
수술한 이태양 1군복귀 다음날 150개 투구
중간계투 송창현 7경기 10이닝 147개 던져
한화는 투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권혁(78경기 112이닝), 박정진(76경기 96이닝)이 그 중심에 있었고, 올해는 송창식과 김경태, 장민재가 주인공들이다. 특히 송창식은 13일 대전 두산전에서 16구를 던진 뒤 바로 다음날인 14일 2번째 투수로 등판해 4.1이닝 동안 91구를 던져 벌투가 아니냐는 지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한화의 투수 혹사는 비단 1군 선수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2군 투수들과 수술한 선수들까지 예외 없이 ‘혹사 범주’ 안에 들어있다.
대전구장에서는 1군 엔트리에 없는 투수들의 불펜 투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즉시전력감이지만 시즌 준비가 덜 돼있거나 투구폼을 교정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한 투수들이 주로 등판(?)한다. 144경기로 치러지는 긴 시즌에 대비해 1군과 더불어 2군 선수들까지 꼼꼼히 살피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투구수다. 한화 구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군에 등록되지 않은 투수들이 불펜에서 하루에 180개씩은 던진다”며 “해당 조에 이름을 올리면 쉬는 날도 예외 없이 대전구장에 불려나가 100개가 넘는 공을 던져야한다”고 귀띔했다.
● 수술 선수도 예외 없이 150개!
1군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1군 불펜에서 공을 던진 명단에는 수술한 이태양도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수술을 받았지만 재활에 성공해 1년도 채 되지 않아 공을 잡게 됐다. 올해 기록은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2패였지만, 건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만으로 한화에는 희소식이다. 김 감독도 14일 이태양을 1군 선수단에 합류시키며 복귀에 박차를 가했다.
이태양 뿐만 아니다. 1군 엔트리에 있는 윤규진(어깨웃뼈제거수술)과 송창현(어깨관절와순접합수술)은 지난해 어깨수술을 받았다. LA다저스 류현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수술 부위가 어깨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윤규진은 16일 대전 LG전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그 경기가 우천취소가 되자 바로 다음날인 17일 불펜으로 투입됐다. 송창현은 18일까지 7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1.80으로 팀 투수들 중 가장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10이닝 동안 투구수가 147개였다. 여기에 자신이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중간계투가 불펜에 등판하기까지 몸을 풀면서 던져야하는 공을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