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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단골인 중고매장까지… 가로수길 스며든 ‘짝퉁 명품’

입력 | 2016-04-19 03:00:00

中관광객 즐겨찾는 ‘핫 플레이스’… 매장에 정품과 섞어 교묘하게 진열
‘한정판’ 샀던 유커 신고로 들통… 경찰, 1억 상당 가짜 36점 압수
이태원서는 ‘수상한 호객행위’ 기승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중고명품 매장에서 경찰이 압수한 가짜 명품. 서울관광경찰대 제공

최근 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인 A 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았다.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고급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강남 한복판을 거닐며 한참 쇼핑을 즐기던 A 씨는 한 대형 중고 명품 매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매장에는 이미 판매가 중단돼 구입이 힘든 한정판 제품들이 가득했다. 벽면 한쪽을 빼곡히 메운 한류 스타들의 친필 사인도 A 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순식간에 마음을 뺏긴 A 씨는 망설임 없이 명품 브랜드 가방 3개를 96만 원에 구입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혹시 가짜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지만 해당 브랜드의 정식 수입품이라는 점원의 말에 흔쾌히 카드를 내밀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제품을 손에 쥐었다는 생각에 A 씨는 여독(旅毒)을 잊은 채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A 씨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얼마 못 가 산산조각 났다. A 씨가 집 인근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구입한 제품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정판 제품을 값싸게 구입해 친구들로부터 ‘행운아’ 소리를 들었던 A 씨는 한순간에 ‘사기 피해자’로 전락했다. A 씨는 피해 사실을 한국 경찰에 알렸고 해당 매장은 결국 덜미를 잡혔다.

중국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3일)를 앞두고 관광업계의 손님맞이가 한창인 가운데 과거 남대문 동대문 일대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던 가짜 명품, 이른바 ‘짝퉁’이 강남 한복판 유명 매장까지 스며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남 일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이들을 노린 범죄도 증가하는 모양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가짜 명품을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김모 씨(35·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매장 진열대에 정품과 가짜를 교묘하게 섞어 판매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매장은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다.

경찰은 매장 내 진열돼 있던 시가 1억2000만 원 상당의 가짜 명품 36개를 압수했다. 경찰은 김 씨가 A 씨가 구매한 상품을 정식 수입품으로 소개했다는 A 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사기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짝퉁 제품 판매가 최근에는 고급 매장들이 몰린 강남 일대까지 파고들었다”면서 “관광산업 발전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만큼 단속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통적인 관광 명소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도 짝퉁 판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이태원역 주변 거리에선 일부 매장 점원들이 외국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백(bag)? 워치(watch)?” 등의 말을 건넸다. 의류매장이었지만 정작 점원들은 이와 전혀 상관없는 가방이나 시계 등을 홍보했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이 한 노점상에게 “시계를 구할 수 있냐”고 묻자 양말 판매 남성은 순식간에 ‘시계 매장 직원’으로 돌변했다. 그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를 거론하며 20만 원 정도에 짝퉁을 구입하라고 유도했다.

한국에서 짝퉁 판매가 기승을 부리자 일본에선 위조품을 뜻하는 ‘니세모노(僞物)’ 차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일본 공항에선 세관 직원들이 ‘니세모노 NO!’라고 적힌 띠를 몸에 두르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들을 상대로 짝퉁 구입 근절 캠페인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