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정치 기사에도 이 말이 쓰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인도를 방문했을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관계가 언론에서 브로맨스로 표현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에서 김용 총재를 만나 “요즘 브로맨스라는 말이 있는데 저와 김 총재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깊고 넓다”라고 말했다. 서양인들에게 둘러싸인 국제기구에서 한국말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둘만의 각별한 사이를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브로맨스의 상대편에는 로맨스가 있다. 지금은 흔해 빠졌지만 로맨스가 문학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양 중세의 영웅 문학은 물론이고 코르네유의 비극까지만 해도 로맨스는 영웅 스토리에 밀렸다. 라신의 시대에 와서야 로맨스가 승리했다. 19세기 ‘에르나니’에서 ‘시라노 드베르주라크’까지 낭만주의 문학에서 로맨스는 신성시됐다. 20세기에 와서 로맨스는 ‘천국의 아이들’에서 ‘타이타닉’까지 영화를 통해 더 넓은 무대를 차지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