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30대女 공항버스 막차 놓쳐
택시마저 거부하자 파출소에 SOS, 안개속 수송작전… 탑승시간 맞춰
다음 버스는 오전 4시 50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칠 상황이었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기로 했지만 한국 돈 3만 원이 전부였던 그를 태워주는 택시는 없었다. 택시 운전사들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할증까지 감안하면 7만∼8만 원은 나올 것”이라며 승차를 거부했다.
쩔쩔매던 장 씨의 눈에 불 켜진 서울역 파출소가 들어왔다. 오전 3시 45분경 캐리어를 끌고 들어선 파출소에는 야간근무 중이던 김종우 경사(34·사진)가 있었다. 장 씨는 김 경사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국어로 “인천공항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김 경사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그의 말을 해석했다.
당시 영종대교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김 경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렸다. 장 씨를 태운 순찰차는 오전 4시 40분경 공항에 도착했다. 장 씨는 그 와중에도 김 경사의 연락처를 물은 뒤 서둘러 공항 안으로 뛰어갔다. 파출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 경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툰 한국어로 ‘공항에 데려다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쓴 장 씨의 문자메시지였다. 장 씨는 중국에 도착한 뒤 한 차례 더 감사 인사를 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