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탄핵안 하원 통과] 막내리는 룰라-호세프 시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 배경에는 좌파 정권의 부패에 대한 실망감과 극심한 경제난이 있다. 브라질 검찰은 2014년 3월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가 집권 노동자당(PT)에 뇌물을 건넨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노동자당을 만들어 대권을 거머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1)도 연루돼 큰 실망감을 안겼다.
경제의 끝없는 추락도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2010년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7.5%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경기침체 속에 사회복지 비용이 늘어나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0.7%로 2002년(1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기야 올 2월 룰라 전 대통령 때 시작해 호세프 대통령까지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사업 ‘보사 파밀리아’, 빈곤층에게 식량을 무상 공급하는 ‘포미 제로’ 등의 예산을 축소한다고 발표하자 민심은 급격히 악화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호세프 정권이) 정치 스캔들과 경제 침체, (좌파 정부의) 환상이 깨지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탄핵 정국이 숨 가쁘게 돌아가면서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월 5∼21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13일 “브라질 정치 상황이 올림픽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21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성화 채화(採火)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멕시코 외교장관을 지낸 호르헤 카스타녜다 뉴욕대 교수는 최근 NYT 기고문에서 “2012년까지 남미 국가들은 석유와 농산물 수출이 호황을 보인 덕에 복지투자를 늘렸지만 최근 경제가 나빠져 복지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며 “좌파 정치권의 고질적인 부패도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