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유세 지지연설 폴 송 “2009년 北억류 처제 구해준 클린턴 부부는 은인이지만 전국민 의료보험 위해 샌더스 지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왼쪽)와 그의 의료정책 고문인 재미동포 2세 폴 송 박사. 사진 출처 폴 송 박사 트위터
방사선 암 치료 전문의이자 의료정책 개혁가인 재미동포 2세 폴 송 박사(51)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의료정책 고문이다.
샌더스와 가장 가까운 한인으로 꼽히는 송 박사는 19일(현지 시간) 뉴욕 경선을 앞두고 14일 2만7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맨해튼에서 열린 샌더스의 유세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유세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송 박사는 “샌더스의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공약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그의 30년 넘는 정치 인생이 담긴 약속”이라고 말했다.
8년 전 건강보험 개혁 세미나에서 처음 만난 샌더스는 송 박사의 이런 고민에 공감했다. 시카고대 동문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북 출신인 송 박사의 부모는 6·25전쟁 때 월남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지낸 고(故) 김상돈 씨가 그의 외할아버지다. 송 박사의 부인은 중국계 미국인이고, 처제는 2009년 북한 취재 중 억류됐던 2명의 여기자 중 한 명인 로라 링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보내 여기자들을 송환받아 왔다.
송 박사는 “내 친구들은 ‘왜 힐러리가 아니라 샌더스를 지지하느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당선될 후보’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려는 후보’를 지지하라는 양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맨해튼 유세 때 “대형 제약사들과 보험사들에 코가 꿴 ‘대기업 민주당 창녀(whore)들’을 계속 뽑으면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제도는 영원히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가 “클린턴을 겨냥한 말이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는 “절대 아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을 향한 말이었다. 나는 힐러리를 존경한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