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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샌더스 의료정책 고문은 한인 의사

입력 | 2016-04-19 03:00:00

맨해튼 유세 지지연설 폴 송
“2009년 北억류 처제 구해준 클린턴 부부는 은인이지만 전국민 의료보험 위해 샌더스 지지”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왼쪽)와 그의 의료정책 고문인 재미동포 2세 폴 송 박사. 사진 출처 폴 송 박사 트위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북한에 억류돼 있던 제 처제(로라 링)를 구해준 은인입니다. 하지만 내 가족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가정을 도와줄 샌더스를 지지합니다.”

방사선 암 치료 전문의이자 의료정책 개혁가인 재미동포 2세 폴 송 박사(51)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의료정책 고문이다.

샌더스와 가장 가까운 한인으로 꼽히는 송 박사는 19일(현지 시간) 뉴욕 경선을 앞두고 14일 2만7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맨해튼에서 열린 샌더스의 유세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유세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송 박사는 “샌더스의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 공약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그의 30년 넘는 정치 인생이 담긴 약속”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등 많은 사람이 건강보험 없이 살고 있습니다. (있어도) 보장 수준이 너무 낮아 비싼 병원비 때문에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치고 가족은 파산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봤습니다.”

8년 전 건강보험 개혁 세미나에서 처음 만난 샌더스는 송 박사의 이런 고민에 공감했다. 시카고대 동문이기도 한 두 사람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북 출신인 송 박사의 부모는 6·25전쟁 때 월남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지낸 고(故) 김상돈 씨가 그의 외할아버지다. 송 박사의 부인은 중국계 미국인이고, 처제는 2009년 북한 취재 중 억류됐던 2명의 여기자 중 한 명인 로라 링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보내 여기자들을 송환받아 왔다.

송 박사는 “내 친구들은 ‘왜 힐러리가 아니라 샌더스를 지지하느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당선될 후보’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려는 후보’를 지지하라는 양심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맨해튼 유세 때 “대형 제약사들과 보험사들에 코가 꿴 ‘대기업 민주당 창녀(whore)들’을 계속 뽑으면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제도는 영원히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가 “클린턴을 겨냥한 말이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는 “절대 아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을 향한 말이었다. 나는 힐러리를 존경한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클린턴 캠프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은 샌더스도 “사려 깊지 못한 표현”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샌더스 지지자들은 “국민 건강보다 보험회사의 이익에 더 충실한, 영혼 없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송 박사를 옹호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