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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을 달린다]연구중심병원과 ‘KU-MAGIC’ 2개의 심장으로 의료산업 선도

입력 | 2016-04-20 03:00:00

고려대의료원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3곳…연구중심병원으로 내세워
최첨단 ‘메디클러스터’ 육성…‘질병으로부터 자유’ 실현목표




고려대 염재호 총장(왼쪽에서 10번째)과 김효명 의무부총장(염 총장의 오른쪽)이 지난달 30일∼1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보건의료산업 행사인 ‘바이오코리아 2016’에 참가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의료기기 컨설팅 기업 이노베이션 메디컬과 의료산업화 및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김효명 고려대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최근 새로운 목표를 내놨다. 산하에 보건산업진흥원 지정 연구중심병원 2곳(안암·구로병원)을 보유한 유일한 의료원이라는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안산병원까지 총 3곳을 연구중심병원으로 내세워 세계 최첨단 ‘메디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연구중심병원과 ‘KU-MAGIC(Medical Applied R&D Global Initiative Center)’ 프로젝트를 ‘두 개의 심장’으로 삼아 의료산업화를 선도하겠다는 각오였다.

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의료원 문숙의학관에서 열린 ‘연구개발(R&D) 진흥 세미나’에는 2013년 3월 이후 3년 만에 안암·구로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김효명 의무부총장, 산하 병원장, 주요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그간의 운영 성과를 되짚는 것뿐 아니라 향후 고려대의료원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활발히 논의됐다.

연구중심병원 3년 성과 가시화


염 총장은 “연구중심병원 재지정을 계기로 고려대와 고려대의료원이 의료산업화의 중심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대학의 연구역량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국가의 싱크탱크 역할에 기여하는 실질적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김효명 의무부총장은 “지난 3년간 기존에 보유한 인력을 십분 활용하고 연구 인프라를 갖춰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며 “지속가능한 연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의료원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중심병원 2곳을 운영해온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압축해 표현하면 연구 인프라를 다양화해 기술사업화 기반을 조성하고 향후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움직임은 각 병원 연구자의 지식재산권 창출과 기술마케팅 지원을 전담하기 위해 ‘기술성과 전담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의료원산학협력단 내에 설치된 이 부서는 의료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의료기술사업화를 위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으로 원활하게 연결시키기 위한 공식 채널로써 자회사를 설치한 것.

그 결과 안암병원은 지난해 전국 연구중심병원 10곳 중 최상위권의 기술이전수입료 실적을 기록했다. 또 공동연구개발 600여 건과 기술이전 12건을 성사시켰다. 국내외에서 지식재산권 250건을 등록했으며 연구논문 884건을 발표했다. 국제의료기관 평가위원회(JCI)의 인증을 우수한 성적으로 획득하고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찾아가 무료 검진과 진료 봉사를 하는 ‘순회진료’ 시스템 구축 등 의료기관 본연의 기능도 충실히 수행했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의료진이 세포단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구로병원뿐 아니라 안산병원까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받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신약 및 신의료기술 등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구로병원은 연구논문을 1100건 발표하고 기술이전 16건을 이뤘을 뿐 아니라 제품화 성공 사례도 14건이나 됐다. ‘오스힐’ 등 자회사 3곳은 지난해부터 초음파 골절치료기 등을 출시해 각종 의료기기와 진단키트, 백신, 항체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독감 인플루엔자 백신과 신종 감염병의 치료제 등 차세대 고효율 백신 플랫폼을 갖췄으며, 실시간 다기능 나노 이미징 기기 등 초고속·소형 정밀 진단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새로운 유방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고 세포 활성화를 통해 결손 조직을 재생하는 환자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관심 사항이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다시 신규 연구 과제를 시작하는 데 밑거름으로 쓸 계획이다.

윤영욱 고려대 연구교학처장은 “의료기관 첫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의료산업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개발과 다양한 연구 분야 육성 및 지원 등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안산병원, 차세대 연구중심병원 지정 추진


고려대의료원의 주된 목표는 안산병원을 차세대 연구중심병원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이미 복수의 연구중심병원을 둔 단일 의료원이라는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안산병원을 연구중심병원 체제에 통합해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최첨단 메디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안암·구로·안산병원은 모두 3차 의료기관이자 전공의 통합수련체제를 갖춰 진료와 교육 기능을 둔 대형병원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여기에 연구 분야를 추가해 진료-교육-연구 부문의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려 한다.

이를 위해 안산병원의 R&D 경쟁력을 평가·분석하고 중점 R&D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구체적인 장단기 과제도 수립한 상태다. 우선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신진 연구자를 지원해 안산병원의 R&D 역량을 2017년까지 전국 20위권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여기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세종시, 경기 안산시의 앞 글자를 딴 ‘오-세-안’ 광역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들 도시의 의료 연계를 활성화시켜 안산병원을 주축으로 삼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와 진료가 함께 이뤄지는 융복합 연구진료센터 ‘혁신형 첨단임상진료센터’와 산업계와 학계, 연구, 병원의 벤처·융합연구를 지원하는 ‘산학연병융합연구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는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정상급 연구 시설을 구축하고 투자를 병행해온 안암병원의 선례를 참고한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은 2005년부터 “규모가 아닌 부가가치로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장기 비전을 세우고 적정 병상 수를 유지하면서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연구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마련해 집중 투자해왔다. 특히 안암병원은 순수 연구비로만 매년 매출액의 8%가량을 전략적으로 투자해왔고, 2014년엔 메르스 등 고위험 병원체를 확인하고 진단할 수 있는 생물안전 연구시설인 ‘BSL-3’ 실험실을 구축했다.

안산병원은 의생명연구센터 내 연구자들끼리 공동연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한 12개의 의과학연구회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연구회를 운영·지원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정기적으로 연구 성과를 평가하고 우수 연구자와 연구회를 포상해 연구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도모한다.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이 생소한 신진연구자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돼 있다. 기관 연구 간호사 제도를 확대하고, 맞춤형으로 연구 과제 설정과 진행을 돕도록 연구관리팀 ‘개인연구 지원사업 코디네이터’ 서비스를 시행할 방침이다. 곧 설립될 예정인 중재연구지원소에서는 유전자가 사람의 것과 비슷해 유전 연구에 많이 활용되는 제브라 피시와 최첨단 의생명 3D 프린터를 지원하고, 기초연구 수행 지원을 전담하는 연구교수를 채용해 임상연구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역 및 권역별 다기관 공동연구교류 활성화를 위해 ‘안산사이언스밸리’에 참여 중인 민관 연구기관과 공동 워크숍과 심포지엄, 컨소시엄 등을 진행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KU-MAGIC’과의 시너지 본격화


지난해 9월 발족한 ‘KU-MAGIC’는 특히 △바이러스 및 감염병 백신 연구 △인공 장기 등 미래형 의료기기 △차세대 암 치료법을 위한 맞춤형 의료 △스마트 에이징 △의료생명빅데이터 등 5대 중점 과제를 시작으로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더 건강한 삶’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창의적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등 미래 의료의 신기원을 열어 지속가능한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국부를 증진해 복지사회를 실현시킨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진단법과 예방백신 개발까지 개발한 이호왕 명예교수처럼 바이오메디컬 산업 혁신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장려하기 위해 염 총장은 ‘개척하는 지성’을 신조로 내세웠다. 이 분야에서는 ‘고려대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이 순수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 예방백신을 외부 기관과 함께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까지 획득했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요 과제는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과 의대, 보건과학대, 생명과학대, 이과대, 공과대, 약학대, 간호대 등을 잇는 2300억 원 규모의 최첨단 융복합의료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건립 계획은 가시화된 상태다. 센터는 각 대학을 아우르는 거대한 HT R&D 개방형 생태계의 본산으로써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산병원의 연구중심병원 지정 추진을 KU-MAGIC 프로젝트의 방향과 연계해 세계 최고 수준의 헬스테크놀로지(HT) R&D 플랫폼을 세우려는 청사진을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 주요 과제는 의료산업화를 선도하기 위해 의료원 자체가 ‘퀀텀점프’를 해내는 것이다. 원자 등 양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형태로 변화할 때 서서히 변하는 게 아니라 급속도로 변하는 것처럼,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2000년대 초부터 R&D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초와 임상의 주요 연구 분야 교수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의과학연구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외부 임상의학 교수를 영입하는 한편 외부 평가를 통해 경쟁력을 분석해왔다. 2013년 안암·구로병원의 연구중심병원 선정은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들은 미국 스탠퍼드대, 영국 킹스칼리지, 싱가포르 A-STAR 등 세계적인 바이오메디컬 연구기관들의 융복합 연구 성공 사례를 분석해왔다. 의료원의 고위 관계자가 직접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의 세계적인 신경학 권위자인 세르게 프셰드보르스키 교수를 만나 다학제 거버넌스 구축을 논의하고,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로 평가받는 존스홉킨스대의 몽고메리 캠퍼스를 방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프로젝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큰 틀은 스마트 헬스케어다. 고려대의료원은 원격 해외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원격의료 플랫폼과 진료의뢰-예약 연동 시스템을 갖추고 생애주기별·만성질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7년 안암병원을 시작으로 구로·안산병원에 모두 수술 로봇뿐 아니라 전립샘, 갑상샘 수술에 로봇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춘 의료진이 포진한 것은 물론이다.

김효명 의무부총장은 “지난 3년간 연구중심병원을 운영하며 뿌린 씨앗을 곧 ‘고부가가치 연구 결과물’이라는 수확물로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