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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을 달린다]‘뇌의 청각 기능’ 감안한 보청기 처방 필수

입력 | 2016-04-20 03:00:00

김성근 원장의 보청기 길라잡이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


노인성 난청은 내이(內耳)의 감각 기관인 달팽이관 뿐 아니라 뇌 속 언어중추의 퇴행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즉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와 청신경이 퇴행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할 뿐 아니라, 뇌에서도 전달된 소리를 파악하고 구분하는 걸 제대로 못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시끄러운 곳에서도 듣고 싶은 소리만을 골라 들을 수 있고, 소리가 나는 정확한 방향을 감지하며, 넓은 광장에서도 울리는 마이크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뇌 기능 덕분이다. 그런데 노인성 난청이 있으면 이 같은 뇌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뇌에는 말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이라는 부위가 있는데 난청이 있는 사람은 이 부위가 많이 위축돼 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주변이 시끄러울 때 유독 더 잘 듣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노인성 난청의 경우 보청기를 껴서 달팽이관의 퇴행성 변화를 교정해도 청각과 관련된 뇌 기능 장애로 인해 주변이 시끄러울 때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뇌기능 장애는 귀의 달팽이관에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를 빨리 교정해주면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인들의 부정적 경험만 듣고 노인성 난청을 조기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려서는 안 된다.

심지어 청각 관련 뇌 기능 장애는 인지 기능 문제 및 치매,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다. 치매환자의 뇌를 조사해보면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발견되는데,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난청을 가진 쥐의 뇌에서 이러한 독성 단백질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또 난청으로 인한 우울감이나 자신감의 상실으로 인해 혼자 지내면 뇌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기회를 잃게 되면서 치매를 가속화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청 난청 초기, 즉 달팽이관에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에 보청기를 통해 빨리 교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뇌의 청각 기능 정도와 소리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밀한 청력검사 결과에 따라 개인에 맞는 보청기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또 보청기 착용 후 검사 및 조절, 관리 역시 맞춤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보청기를 착용 뒤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하기에 어려움이 있거나 △여럿이 대화할 때 어려움이 있고 △성당이나 교회같이 넓은 곳에서 마이크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뇌의 청각기능 장애 정도를 파악하는 정밀 검사를 다시 한번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인별 난청에 맞는 조절 및 청각훈련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은 완치할 수 없다. 다만 노인성 난청 발병 초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 손실은 물론, 뇌 기능 장애의 진행도 더디게 해준다는 사실이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