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로 손가락 하나를 잃었을 경우 사람들은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죠. 하지만 손가락이 없는 야쿠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일본에서 어두운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원하는 야쿠자 출신들을 위해 ‘인공 손가락’을 만들고 있는 일본의 40대 여성이 화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일본 혼슈(本州) 오사카(大阪)에서 사고나 질병 등으로 신체 일부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인공신체부위를 만들고 있는 후쿠시마 유카코(44)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일본의 조직폭력배인 야쿠자는 임무 실패에 대한 속죄의 표시로, 또는 충성의 의미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전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갱생의 길을 걸으려는 야쿠자들에게 이 잘린 손가락은 ‘낙인’과도 같다.
후쿠시마는 이러한 야쿠자 출신들을 위해 약 20년 간 수백 개의 인공 새끼손가락을 만들었다. 가격은 약 1500파운드(약 240만 원)부터다. 고객은 오사카 경찰이 전직 야쿠자의 갱생을 위해 만든 단체를 통해 소개받는다. 단 조건이 있다. 조직을 떠났다는 증거가 분명해야 하며, 웃돈을 줘도 ‘새치기’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는 간혹 새 손가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있지만,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는 “다행히 자주 있는 일은 아니며 경찰이 보살펴 준다”고 설명했다.
야쿠자 세력은 일본 경제가 침체되고 정부가 1992년 ‘폭력단대책법’을 만들어 단속에 나서면서 조금씩 위축됐다. 지난 2월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폭력단 가입자는 200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는 최근 조직이 분열되면서 조직원 수가 급감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새 일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곤 한다”며 “야쿠자를 위한 사업으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원하는, 자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