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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메카’ 시절 기리는 음악제 열린다

입력 | 2016-04-20 03:00:00

‘부평 솔아솔아 음악제’… 5월 21일 부평아트센터서 개최
음악역사 대변할 뮤지션 대거 출연… 1970~80년대 민중가요 들려줘




음악도시로 선정된 인천 부평구가 1970, 80년대 노동현장의 역사를 소재로 한 음악제를 다음 달 21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연다. 부평 솔아솔아 음악제에 출연하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맨위쪽 사진)과 안치환 씨. 동아일보DB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마라/어널널 상사 뒤/어여뒤여 상사 뒤/부르네, 장마비 울다 가는’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 근처 신트리공원에는 박영근 시인(1958∼2006)의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시비가 세워져 있다. 부평은 박 시인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박 시인의 ‘백제(百濟)’ 연작시이기도 한 이 시는 가수 안치환과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부른 민중가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노래가 부평과의 인연을 새롭게 이어간다. 부평구와 경인방송iFM 공동 주최로 1970, 80년대 노동운동의 메카였던 부평국가산업공단을 소재로 한 ‘부평 솔아솔아 음악제’가 열린다. 다음 달 21일 오후 2∼8시 부평아트센터 야외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색 음악제다. 부평지역 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시인으로 활동했던 박 시인의 시대정신을 기리고 음악도시의 면모를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부평구 관계자는 “1950, 60년대 부평 미군부대(에스컴) 주변의 음악클럽 30개가량이 한국 대중음악 탄생의 본산 역할을 한 데 이어 1970, 80년대 부평공단은 민중가요의 산실이었다”고 설명했다.

군부 통치 시절 운동권 대학생들이 위장취업을 많이 했던 곳이 서울 구로공단과 인천 부평공단이었다.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새누리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20대 총선 당선자(이상 정의당) 등도 부평지역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다. ‘아침 이슬’ ‘늙은 군인의 노래’로 유명한 가수 김민기는 1977년 부평공단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동료 근로자들의 합동결혼식 축가인 ‘상록수’를 작곡하기도 했다. 부평은 또 1990년 제작된 독립영화 ‘파업전야’의 배경이자 촬영지였다. 고교 중퇴 후 빈민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든 박 시인은 1980년대 초반부터 부평지역의 목재공장에서 일하면서 ‘반시(反詩)’ ‘취업 공고판 앞에서’ 등의 시집을 펴냈다.

솔아솔아 음악제엔 부평의 음악역사를 대변할 뮤지션들이 대거 나온다. 미군부대에서 연주하던 원로 음악인을 주축으로 구성된 ‘부평 올스타 백밴드’가 ‘솔아솔아 푸른 솔아’를 밝고 신나는 스윙재즈풍으로 들려준다. 안치환, 노찾사가 대학가와 노동현장에서 애창되던 민중가요를 부른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됐던 월드뮤직그룹 ‘세움’과 넥타이 부대의 애환을 노래한 김희진, 김복경 밴드가 가세한다. 부평구여성합창단이 ‘그날이 오면’을 부른다.

정부로부터 ‘음악융합도시’로 선정된 부평구는 음악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음악도시의 뿌리를 알리는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창작해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고 ‘부평밴드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지난해 제1회 페스티벌엔 1960년대 미군 부대 클럽에서 활동했던 현미, ‘사랑과 평화’의 이철호가 출연했고, 올 10월 부평 미군부대 내에서 제2회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 30대 음악인을 중심으로 ‘에스컴 슈퍼밴드’가 결성되기도 했다.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는 “음악의 고장 부평에서 창작 음악극이 제작되고 음악 페스티벌이 마련되면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몰려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솔아솔아 음악제를 이념이 아닌 시대의 아픔을 뛰어넘는 축제로 승화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