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장성역에 KTX 정차를…” 장성 군민들 똘똘 뭉쳤다

입력 | 2016-04-20 03:00:00

호남고속철 개통하며 경유역 제외… “관광객-매출 급감 지역경제 휘청”
주민 1만여명 서명부 정부에 전달




유두석 장성군수(가운데)와 지역사회단체장들이 ‘KTX 장성역 정차 1만 명 서명부’와 건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11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했다. 장성군 제공

전남 장성역은 1년 전만 해도 장성뿐 아니라 광주 첨단지구 등 광주 북부권, 인근 영광 및 담양지역 주민 등 연간 30만 명이 이용하는 거점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충북 오송∼광주송정 구간에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서 경유역에서 제외됐다. 이후 장성역 주변은 관광객과 상가매출이 급감하는 등 지역경제가 후퇴하고 있다. 군 장교 양성의 요람인 장성 상무대의 교육생과 면회객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호남선 고속철도 개통과 동시에 멈춰선 KTX를 다시 장성역에 세우기 위해 군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KTX 정차 노선에 장성역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에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참여하고 광주시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보태기로 해 KTX 장성역 경유가 탄력을 받고 있다.

○ KTX 정차 위해 똘똘 뭉친 장성군민

유두석 장성군수와 지역사회단체장들은 11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을 방문해 ‘KTX 장성역 정차 1만 명 서명부’와 건의서를 전달했다. 앞서 지역사회단체인 (사)장성군새마을지회, 한국자유총연맹 장성군지회, 장성군체육회, 장성모범운전자회 등이 벌인 KTX 장성역 경유 촉구 서명운동에는 주민 1만2315명이 참여했다. 장성군 전체 주민(4만7000여 명)의 30% 가까이가 동참한 것이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호남선 KTX는 2개 노선이다. 신노선은 오송∼공주∼익산∼광주송정 구간이다. 구노선은 오송에서 서대전을 거쳐 익산까지만 다닌다. 장성군은 오송∼광주송정 구간을 운행하는 KTX가 장성역을 경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장성역에 신설 역사를 건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8월 수서발 고속철도(SR) 개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서발 고속열차가 호남선에 투입되면 기존 KTX 운행 편수를 재조정해야 한다. 장성군은 익산까지만 운행되는 KTX 열차 18편 중 최소 6편 이상을 장성역과 광주역까지 연장 운행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코레일에 수차례 건의했다. 노선 연장 여부는 SR 개통 두 달 전인 6월 중순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군수는 “장성역이 빠진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주민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며 “국토부와 코레일이 민심을 잘 헤아려 정책에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성역 경유로 지역경제 살리자

장성군은 서대전역과 장성, 광주를 잇는 열차가 운행되면 충청과 호남을 연결하는 상징성과 함께 침체의 늪에 빠진 장성역 인근 경제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신노선에 KTX가 투입되기 전 장성역에는 KTX가 하루 22회 정차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이용객까지 합쳐 하루 1100여 명이 장성역을 이용했으나 KTX 경유역에서 제외되면서 이용객이 700여 명으로 줄었다. 주변 상인들은 손님을 구경하기가 어려워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장성역 앞에서 11년째 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기 씨(61)는 “상무대 군인들이 외출이나 외박을 나오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식당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KTX가 서지 않으면서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육군보병학교 등 군사학교가 5곳이나 있는 상무대는 연간 4만여 명이 교육을 받는다. 이들 교육생과 면회객들은 KTX 장성역 정차가 중단되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 KTX를 이용하려면 상무대에서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광주송정역까지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장성역 정차 추진은 인근 자치단체와의 연대로 힘을 얻게 됐다. 장성군은 최근 빛고을생활권 행정협의회에서 광주시와 KTX 장성역 정차 등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전북 김제시와도 연대해 기존 노선을 연장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