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3차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어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기존의 5대 취약업종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2차 구조조정 회의에서 ‘자율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은 뒤 정치권 눈치를 보며 총선이 끝날 때까지 뒷짐 지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현재의 저성장, 저물가는 일시적인 경기 요인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며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급한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단호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과거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해묵은 관행을 깰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 당국은 채권은행들에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주문했지만 스스로 부실채권을 떠안을 은행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허한 주문이다.
복지부동인 공무원, 수조 원이 물려 있는 국책은행이 부실 기업을 퇴출시키기는 힘들다. 정치권은 총선 때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이 강성노조와 손잡고 저지하면 구조조정은 물 건너가고 ‘폭탄 돌리기’만 진행될 뿐이다. 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고통스러운 개혁에 박차를 가하도록 경제부처를 독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