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바야시 세이지 전 한화 투수코치.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위기의 한화, 새겨들어야할 때
고바야시 세이지(58) 전 한화 투수코치가 사직서와 함께 팀에 쓴 소리를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보도 한 후(스포츠동아 4월18일자) 많은 한화 팬들이 e메일을 통해 ‘어떤 쓴 소리를 남겼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보내주셨습니다.
기사를 작성했을 시점에 고바야시 전 코치의 말을 들은 복수의 팀 관계자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떠났는지 이미 파악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내용 그대로를 전달할지에는 고심이 컸습니다. 고바야시 전 코치는 매우 강한 어조로 한화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말했습니다.
외국인 코치가 팀을 떠나며 남긴 말, 매우 아픕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많은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물론 한화 구단은 큰 모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두가 스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의 직설적인 한 문장을 귀담아 듣고 한 번 더 고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화 선수단이 19일 사직 롯데전에 ‘단체 삭발’을 한 채 나타났다. 경기 전 한화 선수단이 국민의례를 위해 도열해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한화 선수들은 18일 부산에 도착한 이후 숙소에서 삭발했다. 사직|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한화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0구단 중 전력분석 코치가 존재하는 팀은 한화와 KIA 뿐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화 전력분석코치는 피칭, 배팅, 수비, 배터리 등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는 수비 시프트, 상대 투수 분석, 타자의 배팅 패턴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각 파트에는 담당 코치들이 있습니다. 13일 발표된 한화의 구단 인사 조치 역시 책임은 코치들의 몫이었습니다. 한화의 시스템은 새롭지만 혁신에는 충분한 이해와 설득, 그리고 공감이 필요합니다.
고바야시 전 코치는 일본에서 이미 뛰어난 지도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해설가로도 활동하며 폭 넓은 시야로 야구를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메인 투수코치로서 권한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팀 안팎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따르는 자리. 특히 고바야시 전 코치는 한화 젊은 투수들을 “잘 키워 보고 싶다”는 의욕이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는 내일이 없는 가혹한 마운드 운영이 있었습니다.
한화는 지금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리더가 ‘나는 무조건 옳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귀를 닫아버리고 핵심 측근에게만 의지할 때 그 결말은 매우 어둡습니다.
다른 팀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 “오늘 패배는 감독의 판단 실수다. 내 잘못이다”, “오늘 패배는 선수의 성장과 맞바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쉽지 않다”, “내 재계약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은 팀의 미래다”를 지금 한화에서 듣고 싶습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