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의 新미래 ‘모빌리티 혁명’]<2> 스웨덴 자율주행차 시험장 르포
교차로 마네킹 감지해 ‘스톱’ 3월 23일 스웨덴 예테보리 시 외곽의 자동차성능시험장 ‘아스타제로’에서 볼보의 반자율주행차 ‘더 뉴 S90’이 교차로의 마네킹을 감지해 스스로 멈춰 서고 있다. 교차로는 사고가 잦은 편이라 자율주행차의 핵심 시험 장소로 꼽힌다. 예테보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다만 10초 정도 지나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계기반에 떴다. 이 차는 운전자가 손을 완전히 떼고 다니는 완성형 자율주행 직전 수준으로 세팅돼 일정 시간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안전경고를 보낸다. 자율차량에 걸맞은 도로주행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설계다.
사람 대신 AI가 차량을 운전하는 ‘AI 드라이버 시대’의 막이 올랐다. 미국 유럽 등은 이르면 2020년 완성형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며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은 이 경쟁에서 10년 정도 뒤처졌다.
○ 자율주행차로 안전과 여유를 높이다
볼보자동차그룹이 소비자들에게 소개한 미래 자율주행차 운전자의 모습. 볼보코리아 제공
볼보는 6월부터는 현재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되 2025년까지는 사람 없이 운전하는 완성형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전기차 사전 예약 돌풍을 일으킨 미국의 테슬라모터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이런 단계별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장은 “단계별로 기술을 내놓으면 소비자가 자율주행차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은 자율주행차가 고령 운전자들의 든든한 ‘운전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가 주변 차량 속도, 방향 등을 조절해 운전해주기 때문이다. 실란 데미르 볼보자동차 자율주행차 프로그램 매니저는 “자율주행차는 고령자, 장애인, 운전면허증이 없는 운전자를 위한 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한국은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이 2010년 5.6%에서 2014년 9.1%로 증가했다.
○ 자율주행차에 맞게 도시도 리모델링
예테보리 시는 과거 조선업으로 번창하다가 쇠락한 공업도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은 도시의 활력을 되찾아줄 성장엔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웨덴 SP국립시험연구소와 기술전문대인 샬메르스대가 2007년 25만 m² 규모의 터에 자동차주행시험장인 아스타제로를 만든 이유다. 볼보, 스카니아 등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사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예테보리는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경제포럼(WEF)이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도시계획을 세우는 모범 사례로 꼽은 곳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도시 리모델링’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보는 내년 정부, 학계와 함께 예테보리 자율주행 전용도로에서 자율주행차 100대를 운행하며 주변 운전자들의 반응과 법적 문제를 연구하고 도로와 교통 법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연구하는 ‘드라이버 미’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예테보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