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소비자경제부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이후 환경단체와 유가족단체 등은 사망자 146명 가운데 70.5%인 103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하다 죽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옥시는 지금까지 단 한 번 사과했다. 2013년 11월 국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샤시 쉐커라파카 당시 옥시 대표는 “저희 제품을 사용해 불행을 겪었다고 생각을 하시는 피해자 분에게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당시 옥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50억 원의 기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한국 지사나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해도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 취재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제품 유해성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연관된 롯데마트 등의 사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옥시는 임원이 검찰에 소환된 19일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다른 생활용품 업계 관계자는 “영국계 기업 옥시가 대한민국 기업사(史)를 새로 쓸 정도로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가 매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살균표백제 부문에서 옥시의 옥시크린 제품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물먹는 하마 역시 전체 제습제 매출의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방향제 ‘에어윅’, 청소용품 ‘옥시싹싹’ 등도 옥시가 내놓은 제품이다.
기업은 반드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제품만 많이 판다고 훌륭한 기업이 아니다. 5년 동안 이어진 옥시의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든 국민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옥시만 모르는 건 아닐까.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